18개월의 응어리, 신라젠 ‘17만 주주’의 한(恨)
[머니S리포트-신라젠 사태로 본 K-바이오의 자화상①] 신뢰 잃은 제약·바이오, 정부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김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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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젠과 코오롱티슈진 사태로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거래소의 잣대가 더욱 엄격해진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상장폐지 최종 심사를 앞둔 양사의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비관론마저 나온다. 특히 올해 IPO(기업공개)를 앞둔 제약바이오 기업이 20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들 기업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린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영 투명성 확보 노력에 나선다는 분위기다. 동시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도 촉구했다.
① 18개월의 응어리, 신라젠 ‘17만 주주’의 恨
② 신라젠 사태, 정부가 키웠다
③ 소리만 요란한 K-바이오… ‘탈(脫) 제네릭 왕국’은 정부 몫
‘펙사벡 신화’ 신라젠… 상장부터 거래정지까지
신라젠의 이번 상장폐지 위기가 더욱 관심을 받는 것은 한때 시가총액 10조원에 육박하던 바이오 대장주였기 때문이다. 신라젠 소액주주 수는 주주 명부가 폐쇄된 2020년 말 기준 17만4186명으로 보유 주식의 지분율은 92.60%에 이른다.신라젠은 2006년 설립된 면역항암제 신약 개발 기업이다. 2014년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Pexa-Vac) 개발사 제네렉스를 인수해 2016년 기술 특례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신라젠은 펙사벡을 대표 파이프라인으로 내세워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를 기록했다. 펙사벡은 유전자 재조합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이용한 면역 항암 신약 후보물질이다. 지난 2017년 11월 말에는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3상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면서 시가총액은 8조7000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9년 8월 펙사벡의 말기 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 중단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급락했다. 당시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는 펙사벡의 간암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중단하라는 무용성 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무용성 평가는 장기간·중증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임상시험에서 신약후보물질의 효과성을 중간 점검하는 과정이다.
신라젠, 상폐 결정에 “개선안 충실히 수행”
한국거래소는 올 1월18일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에서 신라젠의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기심위 심의 결과에 따라 신라젠은 2월18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여부나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다시 심의받는다.신라젠과 업계는 내심 거래재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거래소가 제시한 개선계획을 회사 측이 충실히 이행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신라젠에 주어진 개선기간은 1년이었다. 신라젠은 문 전 대표 사퇴 이후 공동 대표체제 등을 가동해 투자 유치에 나섰다. 그 결과 기업인수 우선협상자로 엠투엔을 선정하고 경영정상화에 돌입했다.
엠투엔 우호 재무적투자자(FI)인 뉴신라젠투자조합 1호를 상대로 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등 개선기간 중 총 1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연구개발(R&D)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간암 환자 대상 임상은 좌초됐지만 신장암과 흑색종 등 다른 암종에 대한 임상은 지속적으로 수행했다.
현재 신장암의 경우 미국의 바이오기업 리제네론과 함께 2상을 진행 중이다. 펙사벡과 함께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 ‘세미플리맙’를 병용투여하는 방식이다. 1월13일 신라젠은 국내외 17개국에서 진행하는 임상 환자 등록을 이달 중으로 마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흑색종은 중국의 리스팜과 임상 1b·2상을 수행하고 있다. 펙사벡과 리스팜의 면역관문억제제 ‘소카졸리맙’을 병용투여하는 방식이다.
상폐 결정 이유가 임상확대 때문?
기심위는 2020년 11월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했고 신라젠은 2021년 12월 개선계획 이행내역서를 제출했다. 기심위는 개선계획서(2020년)와 이행내역서(2021년)를 비교한 결과 영업적인 부분에서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는 임상 종료 날짜가 변경된 것이 주원인이었다.
2017년 신라젠은 글로벌 빅파마 리제네론과 공동으로 신장암 글로벌 임상 2상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임상을 A,B,C,D군으로 나눠 진행했다. 이 중 핵심이 되는 부분이 D군이다. 2017년 임상계획서 작성 당시에는 없었다가 2020년 3월에 추가한 환자군이다.
신라젠은 거래소에 이행내역서를 제출한 당시 갓 시작한 D군의 임상 속도를 늦추고 A,B,C군의 임상을 2021년 조기종료하겠다고 적었다. 이후 D군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엠투엔이 2021년 신라젠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재무환경이 개선됐고 신라젠은 A,B,C 군을 ‘조기’ 종료하고 D군 임상을 확대했다. D군 임상의 환자 등록은 지난달 완료됐다.
하지만 이 부분이 신라젠의 발목을 잡았다. 기심위가 A,B,C 임상을 이행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조기 종료의 의미와는 달리 계획서대로 임상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라젠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규모상 A,B,C보다 D군의 임상이 더 유망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게 신라젠 측의 설명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임상과정에서 변동이 있어 계획서와 이행내역서에 차이가 발생했다”며 “거래소에 충분히 소명한 사안이다. 향후 시장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줄줄이 예정된 바이오 IPO 어쩌나
신라젠과 같은 달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서는 코오롱티슈진의 결과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오롱티슈진은 현재 거래중지 상태로 임상 진행을 위한 자금 확보와 함께 인보사로 알려진 ‘TG-C’의 미국 임상3상 개시 등을 통해 상장 유지를 기대하고 있다.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 악재가 겹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이번 사안들이 올해 IPO(기업공개)에 도전하는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IPO를 추진중이거나 예정인 바이오기업은 20여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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