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로 인해 강원 삼척 원덕읍 월천리 일대 산림이 불에 타 까맣게 그을려 있다.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역대 최장기로 기록된 울진·삼척 산불이 진화됐다. 산림청은 4일 오전 9시 기준 울진에서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이번 산불은 일수로는 9일, 진화 소요 시간으로는 213시간 43분이 걸렸다.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피해영향구역만 울진 1만8463㏊, 삼척 2460㏊ 등 총 2만923㏊에 달한다. 서울 면적(6만 520㏊)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재산 피해도 만만치 않다. 주택만 319채가 파괴됐고 농·축산시설 139개소, 공장·창고 154개소, 종교시설 등 31개소가 소실돼 총 643개소가 피해를 입었다.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기이며 피해 면적과 재산 손실 역시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이다.

대형 산불 발생은 최근 들어 점점 잦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2019년에도 강원도 강릉시와 고성군, 인제군 등에서 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피해를 입혔다.


이 같은 경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산림청이 발표한 ‘2020년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2016년 391건 발생했던 산불 발생 건수는 2018년 497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620건으로 증가했다. 피해 면적 역시 2016년 378㏊였지만 2018년에는 894㏊, 지난해에는 2920㏊로 피해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이 같은 대형 산불의 발생이 잦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인재의 영향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산불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2011~2020년) 30㏊ 이상의 피해 면적을 낸 산불은 총 35건이었는데, 33건이 입산민의 실화나 쓰레기 소각 등으로 산불이 시작됐다.


이번 산불도 고의로 불을 지른 사람에 의해 발생했으며 여전히 우리 국민의 다수는 산불에 대한 불감증이 여전한 상황이다. 2020년 산림청이 발행한 산불방지 국민의식조사에서 산(인접 포함)에서 불을 피우거나 가지고 들어갈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인지하는지에 대해 물은 결과 응답자의 55.7%만 알고 있다고 답했고 44.3%는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다.

처벌 의식은 더 약했다. 과실로 자기 또는 타인의 산림에 화재 발생 시 처벌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53.2%)이 모르고 있다고 답했고 알고 있다는 응답은 46.8%에 그쳤다.


대형 산불의 시작은 인간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발화 자체를 억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캠페인과 과태료 및 처발 강화 등을 통해 애초에 산불이 발생할 조건을 차단하는 노력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불씨는 사람이 던지고 피해를 키우는 것은 최근 기후변화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년에는 4월 집중됐던 봄철 산불이 기후변화로 그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산불위험 기간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3월 1일 기준으로 227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26건, 2020년 71건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미 대형 산불도 2건이나 발생한 상황이다.

백두대간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녹색연합은 "올해 1~2월 강수량은 6.1㎜로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양을 기록했고 평년과 비교해도 한참 못 미친다"며 "유례없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온도 상승에 따른 따뜻한 겨울과 그에 따른 강수량 부족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실제로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온도가 1.5도 증가하면 산불 기상지수는 8.6% 상승하고 2.0도가 증가하면 13.5%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원 지역에 산불이 발생한지 나흘째를 맞는 7일 강원 삼척시 원덕읍 마을 일대가 인근 야산에 발생한 산불로 인해 연기로 가득차 있다. 2022.3.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결과적으로 이번 산불은 대형 산불로 발전하기 최적의 조건이 마련된 상황에서 인제가 더해지며 최악의 결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어떤 식으로든 산불이 크게 번질 조건은 갖춰져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발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을 엄하게 처벌하고 앞으로도 산불을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발생의 구조적 변화에 대해서도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불에 강한 숲 조성도 한 예다. 강원석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박사는 "산불위험지역에 내화 수림을 조성하면 산불이 발생할 확률이 줄어들 수 있다"며 "복원 시 내화 수림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산불의 진화를 어렵게 했던 연무와 오전과 오후에 부는 방향이 다른 갈바람 등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민단체들도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를 인식하고 총체적인 대응 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나섰다. 환경운동연합은 "산불로 훼손된 산림생태계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 산불에 강한 숲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숲의 관리 목표와 방식을 전환하고 기후 위기 시대, 탄소중립 시대 산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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