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을 이끌어내는 것이죠. 주요국들이 미국과 무관세 합의를 이루면서 국내 철강사들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이 높아졌어요. 차기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합니다."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대한 철강업계 관계자의 답변이다. 국내 주요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는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보다 개선됐으나 지지부진한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 합의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2018년 시행됐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는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 등의 철강 제품에 고율관세(25%)를 부과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대미 수출 규모를 2015~2017년 3년간 평균 물량의 70%(연평균383만톤→268만톤)로 제한했다.


철강 관세 조치는 동맹을 중요시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하나씩 폐기됐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EU와 매년 330만톤 분량의 철강 제품 무관세 수입에 합의했고 지난 2월에는 일본에 대한 철강 제품(매년 125만톤) 관세를 면제했다. 영국과는 지난 3월 연간 50만톤의 철강 제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주요국들이 철강 관세 문제를 해결하는 동안 한국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미국 주요 인사를 만날 때마다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무역확장법 232조 협상이 늦춰지면서 철강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한국에 대한 제한은 그대로인 상황에서 EU·영국·일본이 무관세 혜택을 받으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미국의 자동차·가전 등 전방산업 호조로 철강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쿼터제에 가로막혀 수출량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량은 미국의 수요 증가로 전년보다 늘기는 했지만 약 269만톤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국내 철강사들은 지난해 미국에 추가 수출을 할 수 있었으나 쿼터제에 가로막혀 수출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쿼터제에서 제한하는 수출 물량은 268만톤이지만 철강협회 데이터는 출하 날짜를 기준으로 집계돼 1톤의 오차가 생겼다.


철강업계가 수출 여력이 있음에도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외교 활동이 필요하다. 철강업계는 산업통산자원부 차원을 넘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주길 바란다. 오는 5월21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여건은 만들어져 있다.

정상회담에서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추후 무역확장법 232조 협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초석을 다져야 한다. 미국이 전면 개정에 부담을 느낀다면 1개 분기 수출량(연간 쿼터의 30%)을 조정하거나 미소진한 쿼터를 다른 분기에 이월하도록 일부 규정을 완화하는 방안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21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제철은 산업의 기본이자 한국의 4대 수출품인 자동차·조선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언급처럼 철강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산업의 쌀이다. 국내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철강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역확장법 232조 개정과 관련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