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폭넓은 경영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인사말을 하는 이 부회장. /사진=뉴스1(대통령실기자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공식석상에 얼굴을 자주 내비치는 등 경영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활발한 경영 활동 배경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위기감을 꼽는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을 격려했다. 삼성호암상은 고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제일 및 사회공헌 정신을 기려 제정한 상이다. 과학·공학·의학·예술·사회봉사 등의 분야에서 업적을 세운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에게 이 상이 수여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다.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 제약,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산업 재편 가속화 등 복합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도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상식에 참석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대내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고 이튿날에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25일에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모습을 드러냈고 30일에는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갖고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 사업 위기감을 느껴 대내외 활동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내다본다. 겔싱어 CEO와의 회동도 파운드리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 후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해당 회동에서 파운드리,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파운드리 위기감은 투자 계획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5년 동안 45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 중 300조원 가량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존 메모리반도체 위주의 사업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파운드리가 포함된 시스템반도체 부문에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3나노미터(㎚) 공정 상용화에 집중해 업계 1위 TSMC와의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현재는 4㎚ 공정이 사용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은 TSMC다. TSMC는 삼성전자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파운드리 수율(전체 생산품 중 양품 비율)이 삼성전자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유로 삼성전자 대형 고객사들이 TSMC로 이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지난달에는 TSMC가 1.4㎚ 공정 개발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감이 강해지기도 했다.


시장 내 입지 역시 삼성전자보다는 TSMC가 확고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서 점유율 53%를 차지했다. 2위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파운드리 점유율은 18%에 불과했다. 올해는 TSMC의 점유율이 3%포인트 상승하고 삼성전자는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돼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