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진술을 듣지 않은 채 자신의 의견·추측 등을 재수사 보고서에 기재한 경찰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피해자의 진술을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추측 등에 불과한 내용을 피해자가 진술한 것처럼 수사기록에 적은 경찰에 대해 대법원이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14일 뉴스1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경찰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재수사 결과서에는 '재수사 요청 취지에 따라 피해자들로부터 구체적인 진술을 듣고 그 내용을 적었다'고 돼 있지만 A씨는 피해자들 진술을 청취한 사실이 없는 점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수사 결과서에 임의로 적힌 피해자들 진술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경찰의 재조사 여부·재조사 방식 등에 대한 재량이 있는지 등과 무관하게 A씨가 한 행동은 허위공문서작성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A씨의 독자적인 의견이나 추측에 불과한 것을 마치 피해자들에게서 직접 들은 진술인 것처럼 기재했다"며 "본인 판단에 따라 기재하는 내용이 객관적인 사실에 부합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하지만 범죄행위를 알고도 행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대전의 한 경찰서에서 교통사고 피해자들에게 추가 진술을 듣지 않았음에도 진술을 청취한 듯 허위로 재수사 결과서를 작성해 검찰로 보낸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사건을 수사한 뒤 불송치 결정하고 관련 기록을 대전지검에 보냈다. 하지만 검찰은 교통사고 가해자의 도주 가능성을 염두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피해자들의 구체적인 진술을 듣고 도주치상죄 성립 여부를 들여다보라는 취지였다. 그러나 A씨는 추가 진술 청취 없이 재수사 결과란에 허위로 피해자들의 진술을 적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반면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허위공문서를 쓴다는 고의를 갖고 재수사 결과서를 작성·행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경찰이 검사로부터 재수사 요청을 받은 뒤 어떠한 방식으로 조사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경찰 재량 판단에 맡겨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