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 받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사진=그라비티
최근 중국에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 받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사진=그라비티


그라비티가 서비스하는 온라인 게임 '라그나로크 온라인'(라그나로크)가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라그나로크 이용자들의 민원을 접수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피해 정도를 면밀하게 조사할 방침이다. 그라비티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앞두고 점검에 나섰지만 법안 시행 후 첫 적발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라그나로크의 아이템 확률 허위표시 및 조작 의혹 민원을 사건으로 접수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인데 잘못된 확률 공개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정도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현장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라비티는 지난달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라그나로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확인 결과 일부 아이템이 게임 내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부분을 발견했다"며 변경 사항을 공개했다.


그동안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의무화를 앞둔 시점에서 급하게 자정 노력을 기울였지만 확률형 아이템 의무화 위반 1호 사례가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확률형 게임 아이템의 확률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개정안(지난 3월22일 시행)이 지난해부터 일찌감치 예고된 점을 감안하면 늑장 대응이다.

그라비티가 공개한 수정표에 따르면 기존 공시와 확률이 다른 아이템은 100개 이상이었는데 최대 8배 가까이 확률이 차이나는 아이템도 있었다. '마이스터 스톤·'엘레멘탈 마스터 스톤'·'리 로드 스톤' 등 일부 아이템들은 등장확률이 0.8%에서 0.1%로 바뀌었다. 10번 중 8번이 당첨된다고 명시한 아이템이 실제론 1번 정도였던 셈이다.


이는 역대 공정위 과징금 액수 중 신기록을 세운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큐브 확률 조작사건'을 능가한다는 말도 나온다. 넥슨은 당시 특정 아이템(옵션)의 등장확률을 1.8%에서 1%로 바꿨지만 이를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

넥슨의 조정 범위는 1.8%→1%로 당첨 확률이 45% 줄었지만 그라비티의 경우 0.8%→0.1%인 점을 고려하면 당첨 확률이 87.5%나 내려갔다. 넥슨의 2배에 이르는 것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1월 넥슨이 게임 '메이플스토리' 내 아이템 '큐브'를 판매하면서 확률을 고의로 낮추고 이를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등의 행위로 부당한 이득을 챙겼다며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116억4200만원을 부과한 바 있다.

그라비티가 의도적으로 확률을 조작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법 시행 후 처음 시작되는 조사인 까닭에 단순히 단일 사건으로 여길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역시 이를 고려해 통상 민원 사건처럼 지방사무소에 맡겨두지 않고 사건을 본부로 옮겼다.

추후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위원회 실태 조사를 통해 다른 위반 사례가 발견되면 공정위가 추가 조사를 벌일 가능성도 있다. 첫 시행부터 위반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번 조사가 게임 업계 전반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게이머 권익 보호를 위해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