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의 '핵심 심장'인 11세대 신형 E클래스(W214)의 전면부. 전통적인 세단의 비율을 유지하면서도 아방가르드한 라디에이터 그릴 디자인을 채택해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다./사진=최유빈 기자


수입차 시장의 허리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불황에도 각광받고 있다. 경제가 어려우면 소비가 위축된다고들 하지만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의 법칙은 조금 다르다. 어중간한 선택지 대신 확실한 하이엔드 경험을 제공하는 '풀옵션' 모델에 오히려 수요가 몰린다. 메르세데스-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는 바로 그 정점에 서 있는 모델이다.


시승은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일대에서 시작됐다. 격자형 도로와 쉴 새 없이 끼어드는 버스, 오토바이로 악명 높은 이곳에서 E 450의 가치는 첫발을 떼는 순간부터 증명됐다.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381마력에 달하지만 도심 주행에서도 부드러움을 이어간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ISG) 시스템 덕분에 가다 서다를 반복해도 엔진이 구동하는 소리를 알아채기 힘들다.

광화문 사거리의 정체 구간에서 가장 돋보인 것은 정숙성이었다. 공기저항계수 0.23Cd로 연비를 챙긴 동시에 외부 소음을 완벽히 차단해 고요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준다.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도 운전자는 스트레스 없이 사운드 시스템이 제공하는 공간감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디지털 럭셔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E클래스의 1열 공간. 퀼팅 패턴이 적용된 가죽 시트와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콕핏이 프리미엄 세단의 안락함을 극대화한다. /사진=최유빈 기자


운전석에 앉으면 대시보드 전체를 가득 채운 'MBUX 슈퍼스크린'이 압도적인 위용을 뽐낸다. 처음 조작할 때는 버튼이 거의 사라진 탓에 공조 장치나 내비게이션 설정을 위해 화면 곳곳을 헤매기도 했다. 30분 정도 적응기를 거치자 스마트폰처럼 직관적인 UI와 한국 고객을 위해 탑재된 '티맵 오토'는 수입차 특유의 거부감을 잠재웠다.


이번 모델에 새롭게 도입된 루틴(Routine) 기능도 인상적이었다. 특정 온도나 시간대에 맞춰 통풍 시트가 켜지거나 엠비언트 라이트 색상이 바뀌도록 설정해두니 차가 나를 위해 미리 준비를 끝내놓은 듯한 대접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시트 보조 기능도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시승할 때마다 신체에 맞게 세팅을 조절해야 하는데 '자동 시트 위치 조정'에 들어가 기자의 키를 입력하자 시트 높이, 등받이 각도, 스티어링 휠의 위치가 일제히 조정됐다. 스스로 조절하는 것보다 더 편안하게 세팅돼 안정감을 극대화했다.
주행 중 시인성을 높인 중앙 디스플레이의 내비게이션 화면. 국내 도로 상황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증강현실(AR) 기술 등이 접목되어 운전자 편의성을 높였다. /사진=최유빈 기자


주말을 맞아 서울 양천구에서 경기도 용인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주행에 나섰다. 주말 특유의 고속도로 정체와 흐름이 반복되는 구간에서 벤츠의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를 적극 활용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기능은 가감속이 매우 정교했다. 급격하게 속도를 줄이거나 툭 치고 나가는 움직임 없이 베테랑 운전자가 운전하듯 매끄럽게 주행했다. 차선 유지 어시스트 역시 운전 피로를 낮춰줬다.

용인 근처의 굽이진 국도 구간에서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의 위력이 발휘됐다. 뒷바퀴가 최대 4.5도까지 꺾이는 이 기능 덕분에 휠베이스가 3m에 육박하는 육중한 차체임에도 좁은 회전 구간이나 유턴 시 소형 세단처럼 날렵하게 몸을 돌렸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노면의 잔진동을 걸러내면서도 고속에서는 차체를 낮춰 단단하게 잡아주는 이중적인 매력을 뽐냈다.


메르세데스-벤츠 E 450 4MATIC 익스클루시브의 소비자가격은 1억2820만원이다.(개별소비세 인하 가격 반영 기준)
유려한 루프 라인과 긴 휠베이스가 돋보이는 E클래스의 측면 실루엣. 공기역학적 설계와 함께 벤츠 특유의 안정적인 차체 밸런스를 보여준다. /사진=최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