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기술탈취"…피해 중소기업들, '생존권 위협' 호소
입증 책임·소송 비용 '이중고'…"제도 개선 없인 피해 반복"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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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풀이되는 대기업의 기술탈취, 탈취 유형과 법적 분쟁 대응 방식도 이전 사례와 판박이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상생룸에서 대기업 기술탈취 피해를 주장하는 중소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반복하는 피해 구조와 한계에 부딪힌 구제 시스템을 지적하며 "이대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7일 열린 간담회는 공익 재단법인 경청(이사장 장태관)과 국회 무소속 김종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송재봉 의원이 공동으로 마련했다. 자리에는 대기업과 기술 분쟁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4곳 대표들이 참석해 피해 실태를 직접 설명했다.
"협력이라더니"…반복되는 기술탈취 구조
이들 기업이 공통적으로 지목한 문제는 '협력에서 시작한 기술 유출'이다. 사업 협력, 납품, 투자 또는 인수 검토 과정에서 기술과 정보를 제공한 이후 갈등이 발생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초기에는 협력 관계였던 대기업이 이후 경쟁 관계로 전환하면서 기술 활용 여부를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분쟁 대응 과정에서도 유사한 패턴이 이어진는 지적이다. 피해 기업들은 "대기업이 대형 로펌을 동원해 장기 소송으로 끌고 가는 전략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응 자체가 버거운 싸움"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상당수 기업이 소송 장기화 과정에서 사업이 위축되거나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제도적 한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특히 기술탈취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이 피해 기업에 집중돼 있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스타트업이 대기업 내부의 기술 사용 여부를 입증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참석 기업들은 "입증 책임을 완화하거나 일부 전환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또한 일부 사례에서는 통신망 등 필수 인프라가 경쟁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업들은 "대기업이 보유한 인프라가 경쟁사 견제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시장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관련 규제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소송 비용 부담과 정보 비대칭 문제도 주요 장애 요인으로 꼽혔다. 피해 기업들은 "현재 구조에서는 소송 자체를 시작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며 법률 지원 확대와 분쟁조정 기능 강화를 요구했다. 실질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서는 제도뿐 아니라 접근 가능한 지원 체계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참석한 기업은 SK에코플랜트와 친환경 소각로 운영 최적화 기술을 두고 분쟁 중인 엔이씨파워, 한화솔루션과 방열기기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CGI, KT와 테이블오더 기술 분쟁을 겪고 있는 티오더, 인산가와 장기간 소송 중인 씨디에스글로벌 등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협력 또는 거래 관계에서 기술을 제공한 이후 분쟁이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통계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뒷받침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4년 기술 침해 건수는 299건, 피해 기업당 평균 손실액은 18억2000만원에 달한다. 경찰청 역시 지난해 기술 유출 범죄 179건, 380여명을 검거해 전년 대비 45.5%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소송 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술탈취 손해배상 소송의 승소율은 32.9%에 그치고 인정 손해액 역시 17.5%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증 부담과 소송 비용, 시간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기술탈취 문제가 단순한 개별 기업 간 분쟁을 넘어 중소기업 생태계 전반의 혁신 의지를 약화시키는 구조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참석 기업 대표는 "기술을 개발해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도전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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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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