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보험사의 정책 역할 확대를 지속 주문하는 가운데 업계에선 8주룰 도입 지연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거리에 차량들이 신호를 기다리는 모습. /사진=뉴스1


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는 국내 중소·중견 선사 선박에 대한 전쟁보험 지원방안을 발표하며 보험업계의 정책지원 역할이 커지고 있다.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8주룰' 도입이 지연되며 정책 공공성과 경영 안정성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현재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기하고 있는 선박 10척에 대해 국내 주요 손보사 10곳의 공동인수 방식을 통해 통항 전쟁보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번 공동인수 지원규모는 약 3000억원 수준이다.

금융위는 대형 선사 대비 협상력이 부족한 중소·중견 선사의 보험 공백 가능성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통상 해상보험은 대외 변수 민감도가 커 재보험 의존도가 높다. 특히 해외 재보험사 요율에 크게 영향을 받아 변동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보험업계는 정부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시장 상황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적 선박의 원활한 복귀를 지원하는 방향성엔 공감한다"면서도 "전쟁 초기와 달리 최근 재보험 요율은 다소 안정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실제 보험 공백 규모와 시장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쟁보험은 해외 재보험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분야인 만큼 국내 보험사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건 한계가 있다"며 "향후 현실적인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정부의 노력엔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차보험 적자 7080억…손해율 악화 지속

최근 업계에 요구되는 정책 역할 확대의 또 다른 사례로는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차량 5부제 할인 특약이 꼽힌다. 특약의 핵심은 개인용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차량 5부제에 참여하면 차보험료를 연간 2% 할인받을 수 있다. 할인율은 모든 보험사가 동일하며 5부제 참여 기간에 따라 할인액이 결정된다.


올해 1~4월 4개 대형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차보험 누적 평균 손해율은 85.8%로 전년 동기 대비 2.5%포인트(p) 올랐다.

차보험 손해율은 사고보상금 합계를 보험료로 나눈 값으로 통상 업계에선 80%를 차보험 손익분기점으로 판단한다. 이를 감안하면 차보험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적자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손보업계의 차보험 실적은 708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주요 보험사들은 일제히 올해 초부터 차보험료를 1.2~1.4% 인상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의 인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5부제 할인 특약 도입으로 인상 효과가 상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계속 밀리는 8주룰 도입…"하반기 다시 논의"

현재 업계에서 가장 문제로 꼽는 건 8주룰 도입 지연이다. 8주룰은 차사고를 당한 경상환자(상해등급 12~14급)가 8주를 넘겨 치료를 받을 때 심의를 거쳐야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당초 올해 초 8주룰이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시행 시점을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 1월부터 여러 차례 연기된 가운데 일각에선 연내 시행조차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계속된 보험료 인하 외에도 차보험 적자 원인 중 하나로 꼽힌 경상환자 치료비 증가를 막기 위한 조치인 것이다. 과잉치료를 막아 보험사는 손해율을 개선하고 소비자는 보험료 혜택을 보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토부와 금융당국이 8주룰 도입에 대한 검토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올 하반기 중 관련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