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시너지 빛났지만…HD건설기계 노사, '성과 배분' 충돌 예고
노조 "합병 효과로 실적 개선… 현장 노동강도는 오히려 심화" 주장
최유빈 기자
공유하기
HD건설기계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앞두고 '성과 배분'을 둘러싼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와의 통합 이후 나타난 시너지 효과로 1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노조는 이를 근거로 정규직 충원과 보상 확대를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통합법인 출범 이후 첫 본격 임단협인 만큼 노사 간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부 HD현대건설기계 금속노조 인천지회는 최근 운영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연·월차 유급휴가 통합, 정규직 중심 인력 충원 등이 담겼다.
노조가 전면에 내세우는 명분은 회사의 실적 개선이다. HD건설기계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조3048억원, 영업이익 190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1%, 영업이익은 88.3% 증가했다. 건설경기 회복과 엔진 사업 성장에 더해 HD현대인프라코어와의 통합 이후 나타난 생산·영업 효율화 효과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회사 역시 통합 시너지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HD건설기계는 지난 1월 통합법인 출범 이후 현대(HYUNDAI)와 디벨론(DEVELON) 브랜드 통합 영업 체계를 구축하고 생산·구매·연구개발(R&D) 부문 협업을 강화했다. 유럽·북미 지역 통합 조립·출고센터 운영을 통해 납기 기간은 30% 단축했고 비용은 20% 절감했다. 중국 생산거점도 기존 강소·연태 이원 체제에서 연태 단일 체제로 재편하며 생산 효율성을 높였다.
노조는 이 같은 실적 개선 이면에 현장 노동자들의 부담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문제 삼는 부분은 '혼류생산' 체계 확대다. 혼류생산은 동일 생산라인에서 여러 기종이나 브랜드 장비를 함께 생산하는 방식이다. 생산 유연성을 높이고 물량 대응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정 복잡도가 높아지고 작업자 숙련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노조는 합병 이후 혼류생산 확대 과정에서 현장 노동강도와 피로도가 높아졌다고 주장한다. 생산 물량 증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업무 강도가 커졌고 기간제 중심 인력 운영이 반복되며 숙련도 저하와 만성적인 속도전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단순 임금 인상보다 정규직 중심 신규 채용과 안정적인 생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단협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통합 시너지의 '성과 배분 방식'을 둘러싼 협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본다. 회사는 통합 이후 수익성 개선 흐름을 이어가야 하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생산성 향상 과정에서 현장 기여가 컸던 만큼 그 과실도 노동자들과 공유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어서다.
올해 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나는 '호실적 이후 분배 갈등'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반도체·조선·자동차·방산 업종에서는 최근 수주 확대와 생산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과 노동강도 상승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성과급과 특별격려금, 신규 채용 규모 등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최근 삼성전자에서도 성과급과 임금체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며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제조업 전반에서 '호실적 이후 성과 배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HD건설기계 역시 단순한 개별 사업장 갈등이 아니라 제조업 구조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노사 갈등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투(夏鬪)에서는 단순 임금 인상보다 성과 배분과 고용안정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보도자료 및 기사 제보 ( [email protected] )>
-
최유빈 기자
안녕하세요, 최유빈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