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첫 날인 올해 3월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노조원들이 "진짜 사장 나오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 = 뉴스1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개정 노동조합법이 시행 100일을 넘긴 가운데 산업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다수의 하청 노조가 원청 기업에 노사교섭을 요구하면서 대기업들이 여러 노조와 동시에 협상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현실이 됐다. 특히 최근에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거나 복지 지원을 했다는 이유로 원청 기업이 '진짜 사장'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원청 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안전, 복지 지원을 줄일 경우 하청 노동자를 보호하겠다며 만든 법이 오히려 이들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사업장에서 하청 노동자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거나 안전수칙 위반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통보한 것까지 사용자성 판단의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원청 기업으로서는 난처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챙기면 노사교섭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렇다고 안전관리를 소홀히 하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안전을 강화할수록 노동관계법상 부담이 커지고, 안전관리를 줄이면 형사처벌 위험이 커지는 모순적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복지 지원도 마찬가지다. 코레일은 하청 직원들에게 제공한 휴게공간이 노사교섭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외부 법률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 노동자를 위해 휴게실을 마련한 일부 대학은 이미 사용자로 인정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선의로 제공한 복지 지원이 오히려 새로운 법적 의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논란은 법 도입 당시부터 예견됐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정의를 기존의 '근로계약 당사자'에서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로 넓혔다. 경제계는 그때부터 사용자성 인정 범위가 불명확해 현장의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문제가 생기면 시행 이후 보완하면 된다는 식으로 지난해 법을 통과시켰고, 법은 올해 3월 10일부터 시행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를 실질적 지배로 볼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현장의 사정을 살펴 법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할 노동위원회는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 요구 대부분에서 노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기업들이 기댈 곳은 결국 법원의 판단뿐인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정의의 과도한 확대뿐 아니라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등 경영판단 영역까지 쟁의 대상을 넓힌 점,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한 점 등으로 도입 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그중에서도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무리한 교섭 요구 문제가 먼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챙기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려던 원청 기업이 예기치 못한 노사협상에 불려 나가야 한다면, 어느 기업이 적극적으로 산업현장 개선에 나서겠는가.


노란봉투법은 일단 시행됐지만 전체적인 점검과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재계 지적이다. 다만 당장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보완책은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사용자성 인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도록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안전점검, 복지 확대 등 하청 노동자에 대한 공익적 조치와 관련해 원청을 사용자로 간주하지 않는 내용을 법과 시행령에 반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