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에 앞서 차담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만나 '국민 통합'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통합을 위한 방법론을 놓고는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국가 전체를 책임지기 위해 외연 확장을 강조했으나 문 전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부터 뭉쳐야 더 큰 단합을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1일 오전 11시30분 청와대 녹지원에 도착한 문 전 대통령과 포옹한 뒤 건강을 화두로 덕담을 주고 받았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묻는 문 전 대통령에게 "저는 아직 젊다"고 웃으며 말했고, 문 전 대통령은 건강 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대통령의 일정이 너무나 격무로 보인다"며 "청와대 참모들도, 부처 장관들도 아주 힘이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건강은 대통령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라는 말도 있지 않느냐"며 "일정 관리나 건강 관리를 좀 더 잘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집안의 어르신한테 이렇게 젊은 사람이 건강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며 "우리 대통령님도 보통 아니셨는데, 그때 이가 흔들리지 않으셨느냐"고 물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금도 치료는 계속된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 대통령 "뜻 같이하는 사람과 힘 모아 확장"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을 넘어 현 국민주권정부가 만들어졌는데 속이 단단해야 하고, 끊임없이 외연을 확장하면서 구조적 다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 두 가지를 잘 조화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민주 정부가 이제는 국가 전체를 책임져야 할 주요 세력이 됐다"며 "근본적으로는 우리가 집권하면서 모두를 대표하고 모두를 위한 정치와 행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좋은 점은 더 키우고 부족한 건 채우고 또 새로운 걸 더 해서 끊임없이 민주 정부의 성과를 만들어 나가고 국민과 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역사적 사명 아니겠느냐"며 "누구도 걱정하지 않도록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힘을 모으고 또 그 기반 위에서 구조적 다수를 향해 확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일 청와대에서 오찬을 하기 위해 상춘재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문 전 대통령 "더 큰 리더십 발휘하시라"

문 전 대통령은 "조금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하셔서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꿈을 반드시 이루시기를 바란다"며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또 하나의 시대적 과제는 역시 국민 통합"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통합으로 나아가려면 당내의 단합이 출발점"이라며 "민주당이 먼저 단합하고 그 위에서 민주개혁 진영과 '빛의 혁명'을 함께했던 세력들과 더 큰 단합을 이뤄야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단합, 민주개혁 진영과의 더 큰 단합, 그리고 국민통합까지 나아가는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이 대통령 뿐"이라고 했다.

다음달 17일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계파 갈등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 대통령은 외연 확장, 문 전 대통령은 당내 단합을 각각 강조하며 입장 차이를 드러낸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힘이 있는 현직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당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며 "문 전 대통령으로선 친문을 대신해 당내 갈등과 관련한 우려를 전달했다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사람은 호남권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를 두고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전 대통령이 "우리 정부 때 서남해 지역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많이 구축해 둔 것이 기반이 돼 대형 반도체 프로젝트와 RE100(재생에너지 100%) 산단이 그리로 가게 됐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께서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놓으신 덕분"이라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