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침해" vs "피해자 방지"…가짜뉴스 규제법 시행 앞두고 논란
개정 정보통신망법 7일 시행
허위조작정보 유포시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선진국에서 유사 입법례 찾기 어려워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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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규제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시행을 앞두고 일각에서 표현의 자유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외 선진국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로, 허위·조작 등의 기준이 모호해 권력과 자본이 비판적 표현을 막는 수단으로 소송 등을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이 오는 7일 시행된다. 이 법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 의결과 지난 1월 6일 공포를 거쳐 6개월의 유예기간 뒤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4일에도 이훈기·권향엽·최민희 의원 등 12명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반복되는 조롱·혐오 표현을 겨냥한 추가 개정안을 발의하며 온라인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고의 또는 과실로 허위조작정보를 정보통신망에 유통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정벌적으로 배상해야 한다. 언론사·유튜버 등 정보 게재를 업으로 하는 자는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 확정판결 이후 동일 내용을 2회 이상 반복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최대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루 100만명 이상이 이용하는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허위조작정보 신고를 받으면 해당 정보의 삭제·차단·노출 제한은 물론 게재자 계정 정지·해지까지 할 수 있다. 인종·국가·지역·성별·장애·연령·사회적 신분·소득 수준·재산 상태 등을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고 증오심을 조장하는 정보를 불법정보로 규정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입법 과정부터 논란이 컸다. 지난해 1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심사 단계부터 국민의힘은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는 명백한 온라인 입틀막법이자 포털 통제법"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과방위 의결을 강행했고 같은 달 본회의에서도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 종결한 뒤 범여권 단독으로 의결했다.
이 법에 대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일각에선 '검열 포비아'가 번지고 있다. 새 법령에 따르면 무엇이 허위 정보인지 가려내는 실무는 방미통위 산하 투명성센터의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받는 민간 '사실확인 단체'가 전담한다.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가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돼 정치적 입김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는 이날 '동행미디어 시대'와의 통화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 행정 기관이 개입해서 허위와 조작 여부 등을 판정해야 하는 만큼 결국은 또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부작용과 피해가 더 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이 같은 방식의 입법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것은 싱가포르의 '허위조작정보 방지법'(POFMA)이지만, 국제인권단체에서 반인권적·권위주의적이라고 비판받는 제도다. 한국처럼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민사적 구조는 아니고, 행정명령과 형사처벌이 결합된 방식이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불법·유해 콘텐츠 전반에 대해 초대형 온라인 플랫폼에 ▲위험 평가 ▲위험 감소 조치 ▲투명성 보고 등 시스템 차원의 의무를 부과한다. 개별 콘텐츠의 진위를 국가가 직접 가리는 대신 플랫폼이 위험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하는 구조다.
이 법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우려는 크게 5가지다.
첫째, 명확성 부족에 따른 표현의 자유 위축이다. 허위·조작·공익 등의 기준이 모호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 과거 '미네르바 사건' 당시 인터넷 허위 통신을 처벌하던 전기통신기본법 조항이 명확성 원칙 위반으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은 전례가 있다.
둘째, 권력과 자본의 악용 우려다. 모호한 기준과 무거운 처벌 탓에 권력자나 기업이 자신들을 향한 정당한 비판을 입막음하기 위한 봉쇄 소송 수단으로 개정법을 활용할 위험이 있다.
셋째, 사적 검열과 사전 검열 조장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처벌과 배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애매한 정보까지 미리 지워버리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나타날 수 있다.
넷째, 국내 산업 경쟁력 저하다. 과도한 규제가 플랫폼 혁신을 가로막는 가운데 자체 정책을 앞세운 해외 플랫폼 보다 국내 기업들이 집중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정치적 역풍 가능성이다. 2030세대 상당수가 온라인 정보통신망을 통해 정치를 접하고 정보를 유통하는 만큼 이번 입법을 추진한 민주당뿐 아니라 이재명 정부에 대한 비토 세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혐오표현, 허위정보, 조작정보 등에 대한 명확한 해석과 판단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경우 사업자의 신고 남용 조치에 대한 구체적 조치 근거를 요구한다면 사업자를 매우 곤란하게 할 수도 있고, 온라인 플랫폼사업자가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평론가는 "2030세대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정치와 사회 이슈를 접하고 그들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정부가 자신들의 표현을 억압한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개정법과 관련한 다양한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개정법 시행의 효과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시대와의 통화에서 "유튜브 등 정보통신망에 허위사실을 유표해 돈을 벌거나 타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가 이들까지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 아래 보호할 수 없는 만큼 정보통신망법 시행은 부작용보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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