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당 기강 확립을 강조한 직후 중앙당 윤리위원회가 수십 명의 당 소속 의원들에 대한 징계 검토에 나섰다. 이번 징계 검토 대상에는 장 대표와 각을 세워온 친한(한동훈)계 뿐만 아니라 현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소장파 의원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당내 반발이 예상된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지아 의원(비례)은 2일 저녁 한 방송 인터뷰에서 "다음 주부터 윤리위가 50여 건의 징계 제소 건을 처리하기 위해 가동된다고 한다. 징계 돌풍이 불 수 있다"며 "돌풍은 힘이 있어야 하는데 더 이상 힘이 없다. 장동혁 대표의 마지막 몸부림"이라고 밝혔다. 이어 "징계 대상이 될 것 같은 사람들은 이를 훈장처럼 여기는 부분도 있다. 당 지도부의 권위가 많이 떨어졌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오는 6일 전후 전체회의를 열고 지방선거 기간 접수된 약 50건의 징계 요청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징계 요청 대상이 중복된 사례를 제외하면 실제 검토 대상 의원은 20~30명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장 대표가 6·3 지방선거 기간 국민의힘 윤리위의 징계 심의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멈춰섰던 당 윤리위 활동이 약 4개월 만에 재개되는 모양새다.


당 윤리위 활동 재개에는 장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과로 등으로 엿새간 입원했다가 지난달 24일 당무에 복귀한 장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당의 기강 확립을 위해 필요한 게 있다면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 한 방송에 출연해서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뒀던 당내 징계 요청 등에 대해 어떤 결론이든 답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후 당 윤리위는 징계 검토를 위한 전체회의 일정을 잡았다.

구체적인 명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한 방송에서 "김용태·김재섭·우재준 의원 등이 민주당과 싸우기 위해 SNS에 글을 몇 개 올렸는지 목록을 작성했으면 좋겠다"고 공개 비판하면서 세 의원의 징계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달 29일에는 강명구 국민의힘 조직부총장이 당직자와 연락을 주고받는 휴대전화 화면이 취재진에 포착되며 배현진·진종오·한기호 의원 등도 징계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 밖에도 당내 초·재선 의원 모임인 '대안과 미래' 소속 의원과 친한계 의원 등이 징계 검토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섭, 우재준,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왼쪽부터)이 지난해 8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징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 의원들은 장 대표를 향해 공개 반발에 나섰다. 지난달 26일 김재섭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장동혁 대표는 지금 당장 저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십시오"라고 썼다. 우재준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뿐만 아니라 김재섭, 김용태 의원이 징계 대상에 해당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김재섭 의원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장 큰 공을 세운 사람이고, 김용태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우리 당을 잘 이끌었던 멋진 청년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동혁 지도부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공감대는 (의원들 사이에) 형성돼 있다"며 "다만 장동혁 대표가 물러나면 그 공백은 누가 채우는가"라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비당권파 의원들은 장 대표를 향해 선거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의원총회에서는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시)이 공개적으로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안과 미래'도 수차례 성명을 통해 장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다만 당권파를 중심으로는 지도부 공백을 우려하며 대여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내 사퇴 요구에도 장 대표가 선을 그으면서 지방선거 직후 불거진 퇴진 압박은 사실상 동력을 잃었지만, 이번 당 윤리위의 징계 검토를 계기로 대상이 된 의원들이 반장동혁 연대를 형성해 장 대표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는 한기호 의원(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군을)은 국민의힘 의원 단체 텔레그램 대화방에 "나를 징계하라"고 올리기도 했다. 한 의원은 한동훈 무소속 의원(부산 북구갑)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권파에 가까운 인사로 평가받는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당 윤리위의 징계 검토를 두고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한 방송에서 "당의 기강 확립은 징계를 통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장 대표와 이견을 보였다. 나경원 의원(서울 동작구을)은 2일 한 방송에서 "징계보다 대여 투쟁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만류했고, 안철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도 1일 언론 인터뷰에서 "장동혁의 징계 정치는 잘못됐다"고 했다.

한편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당 밖에서 국민의힘 윤리위의 징계 검토를 비판했다. 이날 한 방송에 출연한 한 의원은 "당권파라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퇴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징계를 꺼내 (국민의) 눈을 가리고 있다. 괴기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