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정유 4사를 기름값 담합 혐의로 기소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는 모습. / 사진=뉴스1


미국과 이란 전쟁을 틈타 14조원 규모의 기름 가격을 담합한 국내 정유 4사 법인과 관련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4개 회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오일뱅크의 가격결정부서 부서장 A씨를 구속기소하고 책임매니저 B씨, 법무실장 C씨와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D씨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3월 미국·이란 전쟁이 촉발하자 사전 협의를 통해 국내 유통되는 유류 및 석유제품의 가격을 임의로 올리거나 동결하는 등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24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 SK에너지 임직원과 가격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가격 정보를 결정하고, 올해 3월 미국·이란 전쟁이 터지자 SK에너지 가격결정부서 부서장과 상호 가격을 대폭 상승시키기로 합의한 혐의를 받는다.

C씨는 올해 3월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 사실을 미리 알고 타사의 가격정보를 취합한 자료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도 적용됐다. D씨도 공정위 현장 조사 사실을 미리 알고 자사 가격결정 회의 자료를 공유하기 위해 개설한 사내 메신저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정유사들은 상당량의 원유를 이미 비축하고 있어 원가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공급가격을 일제히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GS칼텍스와 에쓰오일 가격결정부서 직원들은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급등을 그대로 추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 대화방에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우리 올해 2조 벌 듯"이라는 대화가 오갔다는 설명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직접 담합 규모가 14조2000억원에 이르고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가격 추종 행위에 따른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면 약 26조원 상당의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봤다.

검찰은 아울러 이들 회사가 2021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주유소들과 전량구매계약을 맺고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사 제품만 구매하도록 한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도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가격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타사 제품을 공급받은 주유소에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비용 회수, 보너스카드 중단 등 불이익을 준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