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주 4.5일제 시범사업 참여 기업이 1년 사이 두 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4.5일제 도입 기업이 확산되면 여가와 돌봄 시간이 늘면서 내수 활성화와 저출생 완화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동생산성 향상과 업종별 맞춤형 제도 설계, 국내 관광 활성화 대책 마련 등이 함께 이뤄져야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 담당자는 8일 "아직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6월 기준 참여 기업은 140여 곳"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시범사업 도입 당시에는 68개 기업이 참여했는데, 1년 사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셈이다. 경기도는 오는 16일까지 주 4.5일제 시범사업 참여 기업을 추가 모집할 예정이다.

참여 기업들은 ▲요일 자율 선택형 ▲주 35~36시간제 ▲격주 주 4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운영할 수 있다. 현재 경기도는 주 4.5일제를 도입한 기업을 대상으로 직원 1인당 월 26만원을 임금 보전 명목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정보기술(IT) 기업 스토어텍의 변경철 이사는 "직원 만족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임직원들이 자녀 등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더 자주 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스토어텍은 요일 자율 선택형을 적용해 금요일에는 5시간만 근무한다. 다만 변 이사는 "중소기업은 정부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며 "주 4.5일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정부 지원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과 함께 산업별 특성과 원청·하도급 구조를 반영한 업종별 맞춤형 제도 설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IT나 소프트웨어 분야는 주 4.5일제 도입이 비교적 쉽지만 생산·제조업은 적용이 어렵다"며 "조선·철강·석유화학처럼 24시간 가동되는 업종도 도입이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하도급 기업은 생산 일정이 원청에 종속되는 만큼 업종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제조업 현장에서도 업종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인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 주 4.5일제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제조업체 휴그린 관계자는 "업종별 차이를 둬야 한다. 제조업은 수요 예측이 어려워 일률적인 주 4.5일제 도입에는 한계가 있다"며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근로시간을 조정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이 더 유용하다"고 했다.


주 4.5일제가 안착하려면 시간당 노동생산성 향상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5.2달러로 미국(100.1달러), 독일(91.2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은 상태에서 근로시간만 단축하면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윤 교수는 "주 4.5일제는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10% 가량 높인 뒤 전면 도입하거나 스마트공장에 투자한 기업부터 우선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주 4.5일제는 상대적으로 대기업에 유리한 제도인 만큼, 중소기업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늘어난 여가 시간을 내수 활성화로 연결하기 위한 관광·유통 정책 수립도 과제로 꼽힌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가 시간이 늘면 국내 여행과 문화생활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여행 수요를 해외가 아닌 국내로 돌리려면 차별화된 관광 콘텐츠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유인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주 4.5일제가 확산될 경우 국내 관광보다 해외여행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는 콘텐츠 부족으로 여행객 유인 요인이 적은 만큼 기존 일본·중국 여행객들이 앞으로는 동남아 등 더 먼 곳을 선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황금연휴 기간인 지난 4월30일부터 5월6일까지 7일 간 인천국제공항 이용객은 147만 명으로, 유류세 부담으로 항공권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했다.


한편 주 4.5일제로 부모의 돌봄 시간이 늘어나더라도 그 자체로 저출생의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2018년 '주 52시간제' 도입 이후에도 합계출산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7년 1.052명, 2018년 0.977명에서 2019년 0.918명을 거쳐 2023년에는 0.721명까지 떨어졌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 4.5일제 도입만으로 출산율이 오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출산은 하나의 요인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