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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반등세를 보였지만 청년 고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반도체 등 대기업 수출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지는 동안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은 따라오지 못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AI 전환으로 사회초년생이 맡던 기초 업무가 빠르게 대체되는 만큼, 청년을 AI에 밀려나는 인력이 아니라 AI를 활용하는 인력으로 키우는 직업교육과 고용 연계형 산업정책, 노동시장 유연화 등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민주연구원과 이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제4간담회실에서 '내 일이 있는 내일: 청년고용의 길을 찾다' 토론회를 열고 청년 고용 위기와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는 청년 일자리 문제를 단순한 취업률 하락이 아니라 성장 구조, 노동시장 이중구조, 지역 격차, 산업 전환이 맞물린 문제로 보고 해법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발제에 나선 임규빈 민주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1분기 한국 경제가 1.8% 성장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덴마크(1.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고용 지표는 정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0.1% 감소했다. 청년 고용은 같은 기간 6.4% 줄어들며 더 큰 폭으로 악화됐다. 임 연구위원은 "성장률 그래프와는 굉장히 다르다. 고용지표를 보면 점점 떨어지고 있다"며 "성장은 반등해서 올라오고 있는데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반등이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 만큼 수출 대기업 중심의 성장 성과가 청년 채용과 직업훈련, 중소기업 일자리 개선으로 연결되도록 산업정책과 고용정책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연구위원은 "요즘 얘기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대기업 중심의 수출기업이 성장을 주도했다고 볼 수 있다"며 "청년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이재명 정부에서도 하반기 핵심 과제로 꼽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AI 전환은 청년 고용에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사회 초년생은 기업에 들어가 자료 정리나 기초적인 데이터 분석부터 배우기 시작하는데 요즘 AI가 이런 일을 너무 잘하고 있다"며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도 경력직을 선호하게 되고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청년들이 AI 활용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직업교육과 현장형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영 민주연구원장도 "기술혁신과 AI에 의한 제조업 고용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AI와 사람의 협업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 있는 성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임금 격차와 일자리 질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용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확보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정부 정책이 바뀐다"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시행된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예로 들며 "문재인 정부 때 추진했던 정책 중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평가되는 정책이 청년내일채움공제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노동시장 미스매치의 핵심이 임금 격차라고 본다면, 단기적이긴 하지만 청년들에게 임금을 보완해줘서 중소기업에 가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당장은 현금 지원으로 재정 수요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청년들이 취업해 노동시장에 들어오면 세수 측면에서도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일단은 일을 하게끔 배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했다.
다만 임금 보조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기업이 근로조건과 복지 혜택, 조직문화를 공개하는 일자리 정보 공시제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기업들이 이런 것들을 공시하게 되면 다른 기업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임금 수준과 복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도 안전망 강화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해고 비용은 낮게 하되 해고가 됐을 때 소득대체율을 높여 걱정이 없도록 만들어주고 강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지원해야 한다"며 "유연화의 관점에서도 꾸준한 논의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청년 고용 문제를 풀기 위해 신성장 동력 발굴과 서비스산업 육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신성장 동력 차원에서 많은 성장 동력이 발굴돼야 청년 수요층을 흡수할 수 있다"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3대 메가 프로젝트 등을 차질 없이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비스산업을 청년 일자리 창출의 핵심 축으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본부장은 "서비스 산업 육성이 고용 창출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하다"며 "서비스산업발전법은 2011년부터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반복해 왔는데, 이제는 청년 채용 문제와 연결해서라도 전향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둔 청년 문제도 청년 고용 위기의 한 축으로 언급됐다. 이 본부장은 "2019년 청년층 인구의 3.1%인 약 30만명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청년이었다"며 "최근에는 청년 실업 악화로 50만명 이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미래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표준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한편,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서로를 돕는 사회적 기업 창업 지원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민주연구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온 논의를 바탕으로 청년 고용정책을 구체화하고 AI 시대 노동시장 구조 개선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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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아 기자
김성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