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청 본청 /사진=클립아트코리아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정치 드라마를 새로 쓴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 일주일 만에 인사 태풍을 몰고 왔다. 오 시장의 재선으로 조직 안정을 기대했던 서울시 내부는 예상 못한 인적 쇄신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연초 행정1부시장을 포함한 주요 고위직의 교체가 이뤄졌고 시정 연속성을 위해서는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엎어진 배경에 '정치 인선'의 논란이 있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일부 고위 공무원이 오 시장의 상대 후보였던 정원오 측에 지지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알려지며, 대규모 인사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해석이 공공연히 나왔다.

선출직 광역단체장이 새 임기를 시작하며 시정 철학을 공유하는 진용을 구축하고 이를 위해 인사권에 많은 권한과 책임이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가 어렵다.


다만 인사는 인재를 중용하는 것이 본질이며 타당성이 있어야 한다. 인사의 과정과 결과가 숙청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쇄신의 명분도 빛을 잃게 된다. 재선 시장의 진정한 위엄은 힘을 과시하는 인사가 아닌, 반대편을 포용하는 리더십에서 나올 수 있다.

서울시는 대한민국 최대 지방정부이자 중앙정부에 버금가는 중요 행정기관이다. 4년마다 바뀌는 선거 결과에 따라 인사 후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조직 내부가 혼란과 눈치보기로 흔들리는 현 상황을 가볍게만 봐선 안된다.


서울시 조직 규모는 본청 공무원 약 2만명과 구청, 산하 공공기관 6만~7만명을 포함해 8만~9만명에 달한다. 3급 이상에 해당하는 본청 44개 실·본부·국의 30개 장이 지난 13일자로 교체됐다. 서울시와 정책 업무를 조율하는 구청과 산하기관 직원들도 인사를 앞두고 술렁였다는 게 관가 안팎의 말이다.

이 같은 인사의 여파는 과거 전임 시장 때도 겪어온 지방정부의 한계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인사 단행 후 조직 정비까지 길게는 수개월이 소요된다.

소신 있고 봉사정신 투철한 공무원 조직 필요

행정기관 인사는 경쟁력 있는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의 능력을 보여준다. 민주주의 꽃인 선거가 정당성을 얻으려면 정치적인 기여도나 줄서기에 의해 인선이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


서울시 공무원의 맨파워는 선진국의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평가한 외부 인사가 있다. 이렇게 능력 있는 공직 사회가 정치성에 따라 움직이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관료는 줄어든다. 정권의 입맛에만 맞추려는 기회주의 문화가 팽배해진다.

지금 서울시에 필요한 것은 인적 청산보다, 시정의 안정과 발전을 목적으로 한 시스템 인사가 아닐까.

오 시장은 서울시를 글로벌 톱3 도시의 반열로 올려놓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국제사회에서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버린 서울은 아시아 허브이자 글로벌 시티로 인정받고 있다.

경기 침체와 민생 위기 속에서 서울시가 흔들림 없이 나아가려면 지금 필요한 건 당파를 떠난 조직의 안정과 협치다.

정치적인 계산이나 대립보다 오로지 능력과 시민을 향한 봉사 정신이 존중되는 탕평 인사가 향후에 이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