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1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뉴스1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민간 원자력 협정을 체결했다.

2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양국 원자력 협력 협정과 별도의 양자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했다.


에너지부는 "두 협정은 핵 비확산을 비롯한 주요 경제·전략적 목표를 진전시킬 수십 년간 수십억달러 규모 협력의 법적 토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따른 '123 협정'인 이번 합의는 미 의회에 제출돼 심사받게 된다. AFP통신은 현재 집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단 점에서 "이번 협정을 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이번 합의가 발표될 경우 미국 정부와 기업은 사우디 원전 사업에 원자로와 핵물질, 관련 기술·장비를 공급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고 자국 기업의 수주 기회도 넓히게 된다. 에너지부는 미국산 원자력 기술의 사우디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협정의 유효기간은 30년이며 양국 공동 조사 결과에 따라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하는 방안도 허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핵 비확산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협정에는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는 이른바 '골드 스탠더드'와 미신고 시설불시 사찰을 위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추가 의정서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향후 의회 심사 과정에서 논쟁의 소지가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간 미국 민주·공화 양당 의원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사우디가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핵무기 개발에 전용할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반면 사우디는 "민간 원자력 프로그램을 추진할 권리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지난해에는 핵보유국인 파키스탄과 상호방위 협정도 체결했다.

이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도 핵확산 위험으로 이어지는 협정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