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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국가는 왜 기대만큼의 세수를 확보하지 못하는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증세냐 감세냐' 논쟁을 넘어 과세 구조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침구기업 알레르망의 김종운 대표와 한국재정학회 회장인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가 공동 집필한 <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시그니처 펴냄)는 약 10년에 걸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상속세 개혁 모델을 제시한다.
저자들은 현행 상속세 제도의 핵심 문제가 높은 세율 자체보다 '사후 일시과세 구조'에 있다고 진단한다. 상속이 발생한 이후 한 번에 대규모 세금이 부과되는 구조가 장기간의 절세·조세회피 유인을 만들고 기업 승계 과정에서는 유동성 부담과 경영권 불안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책이 제안하는 해법은 '유인합치적 조세 모델'이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미래에 발생할 상속세의 일부를 법인 단계에서 자발적으로 선납하고 상속 시에는 사전에 확정된 분리과세를 적용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세율을 낮추는 감세가 아니라 세금을 회피하는 것보다 미리 납부하는 편이 더 유리하도록 유인을 설계해 자발적 성실 납세를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정책 제안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도 시행을 가정한 20년 장기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년 누계 예상 세수는 137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본 시나리오에서는 532조3000억원(3.87배), 확장 시나리오에서는 571조6000억원(4.16배)의 세수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가장 보수적인 시나리오에서도 423조2000억원(3.08배)으로 현행 대비 3배 이상의 세수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제도는 강제가 아닌 선택형 제도라는 점도 특징이다. 참여를 원하지 않는 기업은 현행 상속세 제도를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다. 대주주 특혜나 형평성 문제, 배임 논란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소액주주 보호장치, 이사의 경영판단원칙 적용 등 다양한 법적·제도적 보완책을 함께 제시했다.
김종운 대표는 "지금까지 상속세 논쟁은 세율을 높일 것인가, 낮출 것인가에 집중돼 있었다"며 "정작 중요한 것은 국가가 보다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금을 더 걷기 위해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납부하는 것이 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국가와 납세자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공동 연구자인 김우철 교수는 "이번 연구의 본질은 높게 걷으려다 놓치는 세금을 줄이고 보다 넓고 안정적인 과세 기반을 구축하자는 데 있다"며 "세율 중심의 논쟁에서 벗어나 과세 시점과 납부 방식 자체를 재설계하는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세 자발적 선납 분리과세 제도>는 상속세를 둘러싼 기존의 증세·감세 논쟁에서 벗어나 과세 시점과 납부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는 새로운 접근을 제시한다. 국가 재정 안정과 기업 승계, 자본시장 활성화를 동시에 고려한 제도적 대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령화와 저성장, 국가채무 증가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세수 기반을 모색하는 정책 제안서로서 학계와 경제계, 정책 당국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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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솜 기자
산업2부 김다솜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