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반발이 확산하자 당정이 세 부담 보완과 주택 공급 확대라는 두 축으로 민심 수습에 나섰다. 사진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한정애 의원이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정부의 8·3 부동산 세제개편안을 둘러싼 반발이 확산하자 당정이 세제 보완과 주택 공급 확대라는 두 축으로 민심 수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말까지 세제개편안을 정부와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 정부는 오는 13일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과 도심 가용부지 활용 방안을 아우르는 추가 공급대책을 내놓는다. 실수요자의 세 부담을 어느 수준까지 완화하고 공급 물량을 얼마나 늘릴지가 부동산 민심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기존 '주택시장 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확대 개편해 오는 12~13일 첫 회의를 열고 세제와 공급, 금융 대책을 함께 논의한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8월 말 정도에 개편안이 정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전에라도 당정이 조율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재정경제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TF에 참여시켜 현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할 계획이다.

당정이 서둘러 보완책 마련에 나선 배경에는 심상치 않은 부동산 민심이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3~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평가는 직전 조사보다 2.6%포인트(P) 떨어진 43.3%로 나타났다. 4주 연속 하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부동산 세제 개편 논란을 지지율 하락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당정으로서는 세 부담 논란을 진화하는 동시에 공급 확대를 통해 부동산 민심을 다잡아야 하는 상황이다.


우선 TF에서는 세제 분야에서 '비거주 1주택자'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현행 12억원인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실거주자는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비거주 기간에는 적용하지 않고 거주 1주택자에게는 10년간 최대 80% 공제를 유지하는 등 보유기간보다 실제 거주기간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개편안 발표 이후 전세를 놓고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1주택자까지 투기 수요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반발이 이어졌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근무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실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에 대해서는 예외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됐다. 민주당이 비거주 1주택자의 혜택 축소와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실거주 인정 범위나 적용 대상이 조정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는 실수요자의 금융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한다. 특히 청년·신혼부부와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시된다.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임대사업자 금융 규제 보완과 정비사업 과정에서 필요한 이주비 대출의 담보 기준을 조정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두 번째 축은 주택 공급이다. 우선 정부가 이번 주 발표할 수도권 추가 주택 공급대책에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이 포함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부동산 공급대책 2차 점검회의에서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는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거나 인센티브 체계를 손질하는 방안까지 대책에 담을지를 두고 막판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와 집값 자극 가능성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서울 등 도심에서 대규모 신규 부지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는 정비사업을 공급대책의 한 축으로 검토하고 있다.


도심의 가용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정부는 지난해 9·7 공급대책에서 제시한 학교용지와 노후 공공청사의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이고 추가 부지를 발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일부 사업지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넘어야 할 절차가 산적해 있고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특별법도 국회에 계류돼 있어 실제 착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준공업지역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활용한 공급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부동산정책 국민대토론회에서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로는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세곡·자곡동, 수서차량기지, 올림픽선수촌 인근 등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인허가 과정의 병목을 줄여 공급 속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 정책위의장은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은 권한을 구청으로 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500가구 미만 등 기준을 정해 해당 지방정부가 인허가를 할 수 있도록 하면 병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가진 일부 인허가 권한을 자치구로 넘겨 사업 기간을 단축하자는 구상이다.

앞서 언급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는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3~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4.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