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사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물건이 필요하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물건들을 ‘파괴할’ 필요가 있다. (파괴를 통해서) 물건이 빠르게 소모될 때 더 많은 가치가 창출된다."
소비사회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즉 기업이 물건을 계속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을 파괴하고 새로운 물건을 사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기업의 제품 수준이 높아지고 결국 소비자의 욕구수준을 넘어서게 된다. 그러면 소비자는 행복해지겠지만 기업은 소비자에게 더 이상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 따라서 영리한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에게 필요하지 않아도 사고 싶은 새로운 욕구를 불어넣게 된다. 결국 소비자의 감성이나 욕망을 동물적으로 느끼고, 그 변화를 간파할 수 있는 직관을 가진 기업, 이른바 ‘촉’을 가진 기업이 파괴소비시대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촉>은 바로 이러한 ‘촉’을 잘 쓰는 기업의 감각적인 전략을 다루고 있다.
촉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책에서는 감성과 욕망, 재미, 다양성, 예측불가능성 등 4가지 키워드로 나누고 있다. 그 중 예측불가능성의 경우 이제는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시장환경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화가 빨라지는 현대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치밀한 계획과 지속적인 실행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일단 먼저 행동하면서 시장상황에 따라 계획을 즉시 수정할 수 있도록 날카로운 촉을 세우고 있어야 한다.
노키아의 예를 들어보자. 노키아의 기업가치는 최근 10년 사이에 3000억달러에서 200억달러로 10배 이상 줄어들었다. 그 원인으로 ‘스마트폰에 대한 늦은 대응’이 꼽히지만 사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를 가장 먼저 준비한 기업이었다. 노키아는 2000년대 중반부터 스마트폰 시대가 올 것을 예측하였고 이를 대비하기 위하여 휴대전화제조업에서 온라인서비스업체로 비전을 새로 수립했다. 2006년 이후 음악과 게임, 소셜네트워크, 디지털지도 등 다수의 콘텐츠 관련 기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준비하면서 터치스크린 대신 키패드 방식을 선택한 것이 패착이었다.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고객의 머릿속에는 ‘스마트폰 = 터치스크린’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노키아는 이미 키패드 방식에 맞춰 핵심 칩, 각종 소프트웨어, 이에 따른 다른 부품 등 모든 부분이 완벽하게 연결되어 있어 요소 하나가 바뀌면 전부 바꿔야 했다. 키패드 방식을 버리지 못한 노키아는 스마트폰 경쟁에서 뒤쳐지게 되었다. 결국 노키아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빨리 대응했기 때문에 위기에 빠진 것이다.
따라서 파괴 소비시대의 기업은 ‘계획-실행-평가(Plan-Do-See)’ 전략이 아닌 ‘관찰-실행-계획(See-Do-Plan)’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업이 변화라는 외부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사고, 선택과 집중, 예측과 계획에 기반한 비즈니스 전략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병주 지음 / 리더스북 펴냄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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