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휴대폰을 사려면 꼭두 새벽에 동대문으로 달려가야 한다? 지난 2월 11일 동대문의 일부 휴대폰 판매점, 대리점에서 일어났던 '211 대란'이후 생긴 '웃픈' 말이다. 이날 새벽 매장에서는 약 80만원짜리 휴대폰을 사는데 최대 145만원의 보조금이 지원되기도 했다. 다음날 같은 모델의 스마트폰에서 보조금 100만원이 쏙 빠졌고 '대박'을 피해간 고객은 '호갱'이 됐다.
시간과 장소별로 차별적인 보조금을 지급해 '대박 고객'과 '호갱'을 양산하는 곳. 현재 국내 통신 시장의 자화상이다. 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정부가 이통3사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지만 그 효과가 또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난해 7월 KT가 과다 보조금 제공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지 7개월 만에 대란이 터졌기 때문. 7개월 후 또다시 보조금 폭탄이 쏟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마저 감돈다.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신뢰를 잃은지 오래다.
<머니위크>는 통신시장을 들썩이게 한 '보조금 대란'의 전말을 살펴보고 영업정지 철퇴를 맞은 통신시장,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봤다. 영업정지에 따른 여파를 짚어보고 예측불허 보조금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현 시장에 필요한 대안을 모색해봤다. <편집자주>
 

사진=류승희 기자
역대 이동통신사가 받은 영업정지 조치 중 최장인 45일간의 영업정지가 지난 13일부터 시작됐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영업정지 제재에 따른 이통사들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포화상태라 순증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란 분석이다. 또 과거 영업정지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2개사가 순차적으로 업무정지에 들어가는 점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마케팅 비용절감에 따른 실적개선도 점쳐지고 있다.
◆영업정지…2분기 실적개선 전망


우선 통신 3사 입장에서는 순차적인 영업정지가 단독 영업정지보다 부담이 적다. 단독 영업정지에 비해 가입자 이탈 규모가 크지 않아서다.

실제 지난해 1월, 1개 통신사가 단독 영업정지 됐을 때는 가입자 이탈을 우려한 통신 3사의 마케팅 경쟁이 심했다. 당시 영업정지 중인 업체는 가입자 이탈방지를 위해 기기변경에, 나머지 2개사는 신규 가입자 유치에 주력해 통신사들의 마케팅비용은 전 분기 대비 9.6%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2개사가 같이 영업정지 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1개 업체만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마케팅 강도가 과거보다 약화되고, 이번 제재는 기기변경도 금지되기 때문에 영업정지되는 통신사가 유치 마케팅을 벌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마케팅 비용절감에 따라 통신 3사의 수익은 영업정지기간 동안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신증권은 이번 45일의 영업정지를 통해 이통 3개사가 아낄 수 있는 마케팅 비용이 총 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SKT 2500억원, KT가 1700억원, LG유플러스가 1800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각 이통사의 지난해 신규·번호이동·기기변경 고객 수 및 마케팅 비용을 토대로 추정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영업정지기간이 집중된 올 2분기(4∼6월)의 이통사 실적도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룬다. 신한금융투자는 2분기 연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실적 추정치보다 각사별로 10%이상 높게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SKT 6433억원, LG유플러스는 1909억원, KT는 3375억원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통신 3사 합산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4.7%, 전분기 대비 21.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정부가 불법 보조금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고 여론도 악화돼 영업정지 직후에도 마케팅 활동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독 영업정지의 경우 해당 회사에는 부정적일 수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일괄규제는 통신업종에 실적개선 등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점유율 변수는 '갤럭시S5'

또한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휴대폰 보급률이 108.1%가 넘는 등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영업정지에 따른 시장점유율 변동도 이통사 입장에서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KT의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등 악재가 이어져 변동폭이 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에서 빠진 1개 사업자도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 해킹과 고객 개인정보 유출 파문으로 가입자들의 불신이 커진 KT 고객을 상대로 한 소극적 마케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신업계 1위 사업자인 SKT는 1월말 기준 점유율이 50.04%로 간신히 50%를 넘겼다. SKT는 그동안 고객 이탈방지에 심혈을 기울인 탓에 이번 영업정지가 싫지 않은 기색이다.

KT의 경우도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소폭 하락세를 보이며 가입자를 빼앗기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1월 30.96%에 달했던 점유율은 올 1월 30.06%로 1년만에 0.9%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최근 해킹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되면서 고객 신뢰가 떨어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영업정지가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갤럭시S5 등 신규폰 출시 일자는 일시적으로 점유율 변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 S5의 출시 직후 반짝 수요는 최대 10만명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삼성전자는 갤럭시 S5의 글로벌 출시일을 4월11일로 예고했다. 이 기간에 유일하게 영업을 하는 업체는 LG유플러스다. KT는 4월27일부터 교체 수요를 소화할 수 있고, SKT는 5월20일에 영업이 재개되기 때문에 24개월 이상 단말기를 사용한 가입자에 대한 기기변경이나 사전예약 등 내부 마케팅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한편 통신사 영업정지를 계기로 알뜰폰 사업자들은 점유율 상승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분기 영업정지기간 동안 알뜰폰 가입자는 전분기 대비 70%이상 증가한 11만명에 달했다. 올 1월말 기준 누적 알뜰폰 가입자는 260만명으로 전체 무선가입자 중 4.8%를 차지했다. 한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로 인한 쏠림현상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알뜰폰을 알릴 수 있는 긍정적인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