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증권사들은 리포트를 통해 호평했다. ‘앓던 이가 빠졌다’(교보), ‘헌 옷을 벗다’(우리), ‘전자소재 전문업체로 본격적 성장’(유진), ‘현금은 많아지고 리스크는 사라지고’(신영) 등. 증권시장 전문가들은 실적의 '발목'을 잡던 패션부문을 매각하고 전자재료와 화학 등이 주업인 완전한 소재기업으로 거듭났다는 점을 높게 샀다.
그러나 지난해 9월23일 당시 10만3500원이었던 주가는 3월24일 현재 6만5100원으로 떨어졌다. 당시의 가격과 비교하면 37.11%나 하락했다. 특히 올 들어 주가 하락은 더 심해지고 있다. 연초대비 20% 넘게 폭락한 것이다.
돈도 안 되는 사업부를 판매했고, 이젠 소재부문에 집중하면 되는데 제일모직 주가는 왜 추락하는 것일까.
◆ 주가 끌어내린 부진한 실적
증권전문가들은 최근 제일모직의 주가 약세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 1조900억원(전년대비 4.1% 성장)을 기록한 제일모직은 영업이익에서 9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케미칼사업의 경우 전통적으로 4분기가 비수기임을 감안하면 외형 성장은 나쁘지 않았으나 영업이익이 발목을 잡았다. 시장의 제일모직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가 727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어닝쇼크’다.
이에 대해 조우형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전방산업의 수요둔화로 화학제품부문의 실적이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고 전자재료부문에서 소재단지 이전 등 일회성 비용(150억원)이 추가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애널리스트는 “화학부문은 비수기와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출하량 호조로 매출액이 전 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며 “그러나 IT 수요둔화로 고부가제품 비중이 하락했고, 원재료 가격상승으로 제품 판매의 이익은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AMOLED(아몰레드) 소재사업은 제일모직의 신규사업으로 전방업체의 투자와 함께 성장성을 부각시키는 요인 중 하나였다”며 “그러나 지난해 ETL(전자수송층) 납품 이후 뚜렷한 소재 납품의 확장이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 1분기 ‘단기 모멘텀 없음’
업황이 좋지 않았고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면 1분기에는 회복세가 나타날까. 이에 대해 증권가의 견해는 ‘단기 모멘텀 없음’으로 모아진다.
1분기에는 기저효과에 힘입어 실적이 회복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정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1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케미칼사업부와 디스플레이소재부문(편광필름)이 계절적 비수기로 진입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매출액은 전기대비 0.4% 감소한 1조871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 제거효과로 흑자전환에 성공해 439억원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병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편광필름이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등 소재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소재가 견조하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태양광 페이스트 매출액이 2012년 1100억원에서 지난해 2600억원으로 급성장했다”면서 “올해에는 4000억원을 기록하면서 편광필름에 이어 단일 아이템 기준 매출 2위 품목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노바엘이디(Novaled) 인수효과로 아몰레드 소재사업의 경쟁력이 한층 강화된 면이 있으나 삼성디스플레이의 전략문제를 감안해야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눈엣가시였던 패션부문을 떼어냈음에도 또 다시 실적의 발목을 잡는 사업부가 나온다는 것.
남대종 애널리스트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올해 전략으로 인해 제일모직의 아몰레드 사업부문은 실적악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아몰레드에 대한 전략은 TV부문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올해에도 모바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A2E-Ph7(A2라인 연장)과 A3 라인의 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나 양산시점이 2015년 1분기라는 점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남 애널리스트는 “양산시점이 내년이라는 것은 제일모직이 소재를 납품하더라도 올해 아몰레드부문의 사업성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제일모직의 실적은 언제쯤 회복세를 보일까. 전문가들은 하반기까지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김영우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개선 모멘텀은 3분기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편광필름사업의 적자가 -4%에 달하는 데다, 계절적인 비수기를 통과하고 있는 케미칼사업이 부진해 당분간은 실적개선 모멘텀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병기 애널리스트는 “패션사업 매각 이후 계절적인 비수기를 커버해줄 사업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제일모직의 주가는 IT수요의 계절성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분기에도 실적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분석했다. 편광필름 가격의 하락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OLED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김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의 주가가 바닥을 탈피하려면 편광판사업의 흑자전환과 OLED 신규소재 확대가 동반돼야 할 것”이라면서 “다만 IT의 성수기인 3분기에 실적 개선 모멘텀이 기대되며 연간 흑자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일모직을 기업탐방한 결과 긴호흡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편광필름의 경우 1분기에는 고객사의 단가인하와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분기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2분기부터 흑자전환 되고, 하반기에는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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