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M&A(인수·합병)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다. 올 상반기 M&A가 7년 만에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7월 들어서도 M&A가 잇따르고 있다.

M&A가 이뤄지고 있는 업종도 다양하다. IT(정보기술), 헬스케어뿐 아니라 의류, 식품업체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에서 M&A 열풍이 불고 있다. 거의 매일 M&A뉴스가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에는 미국 2·3위 담배회사 간 합병 소식이 나왔다. '카멜' 담배를 만드는 레이놀즈아메리칸이 '뉴포트' 멘솔담배를 만드는 로릴라드를 인수키로 합의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의 M&A는 뉴욕증시 사상최고 랠리의 일등공신으로 작용했다. 월가는 잇단 M&A에 환호하면서 'M&A의 힘'을 강조한다. 기업 M&A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미국경제와 증시가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M&A 열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열조짐이 나타나면서 버블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기업들의 해외 M&A가 급증한 것과 관련 조세회피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M&A에 따른 구조조정이 고용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상반기 M&A, 2007년 이후 최대… 하반기에도 '봇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 상반기 성사된 세계 M&A 규모는 1조7000억달러(약 1720조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75% 증가한 것으로 2007년 이후 최대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M&A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75% 증가한 7485억달러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M&A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헬스케어 분야에서 100억달러 이상의 '메가딜'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헬스케어업종에서는 올 상반기 동안 3174억달러 규모의 거래가 진행됐다. 이는 사상 최대이며 2007년의 연간규모인 2750억달러보다 15% 많은 수준이다. 헬스케어 외에 통신업종에서도 메가딜이 많았다.

하반기 첫달인 7월에도 M&A 열풍은 이어졌다. 지난 14일에는 미국 기술관리 컨설팅회사인 에이컴 테크놀로지가 에너지기업 URS를 인수키로 했고, 제약업체 애브비는 영국 제약사인 샤이어의 인수금액을 높이면서 인수추진에 다시 나섰다. 또 제약업체인 밀란은 제약사인 애보트의 제네릭 드럭부문을 매입, 네덜란드에 새로운 기업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미국 2·3위 담배회사의 합병소식이 화제를 모았다. 레이놀즈 아메리칸이 로릴라드를 25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어 16일에는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21세기 폭스가 지난달 CNN의 모회사인 타임워너에 800억달러의 인수가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머독 측은 타임워너의 거절에도 인수를 원하고 있어 인수가액을 더 높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 기업들의 M&A 소식은 7월 들어서도 거의 매일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기업을 괴롭히던 위험 회피가 사라지면서 M&A 열풍이 불고 있다고 분석했다.

 


 
◇ M&A, '골디락스 경제' 신호 vs 버블 징후?
M&A는 뉴욕증시 사상최고 랠리에 일등공신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올 들어 대형 M&A 소식이 나올 때마다 증시는 랠리를 보였다. 머독의 타임워너 M&A 추진이 알려진 16일 다우지수는 사상최고를 경신하며 올 들어 16번째 신기록을 세웠다.

월가에는 잇단 M&A를 ‘골디락스’(goldilocks) 경제의 신호로 해석하는 전문가도 있다. 골디락스 경제는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는 상태를 말한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마이클 아론은 "골디락스 경제가 다시 돌아왔다"며 "이에 따라 기업들이 투자를 위해 자본지출과 M&A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M&A시장이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비이성적 열광'이라는 말로 닷컴 버블을 경고했던 지난 1990년대와 비슷하다고 우려한다.

마켓워치 칼럼니스트인 마크 헐버트는 최근 칼럼에서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바이백) 규모를 줄이는 것에 대해 강세장이 끝날 때가 됐음을 의미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그는 "최근 M&A시장이 호황인 것은 기업들이 오를 대로 오른 자사주로 기업을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과거 M&A 바람은 모두 주가 급락으로 끝을 맺었다"고 지적했다.
 
◇ 조세 회피 목적 M&A도 급증

조세 회피 목적의 M&A가 급증하는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기업들이 실시한 해외기업 인수는 약 1600억달러에 달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총 M&A에서 법인세율이 20% 이하인 국가에 있는 해외기업 인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 들어 15%를 기록 중이다. 이는 지난 15년 동안의 연평균 7%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미국의 법인세율은 35%로 높다.

특히 미국 바이오기업들이 유럽 기업 인수를 선호하고 있다. 조세회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들은 유럽 경쟁사를 인수한 뒤 본사를 이전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줄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대형 의료기기제조사인 메드트로닉이 아일랜드 경쟁사 코비디엔을 429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M&A가 급증하자 오바마 정부와 민주당은 이른바 '합병을 통한 본사 이전'을 뿌리 뽑기 위한 조치들을 발의했다. 미국 세법상 "외국기업과 인수합병(M&A) 시 외국인 지분율이 20%를 넘으면 본점 소재지를 해외로 옮길 수 있다"는 현행 규정 중 20%를 50%로 변경해 '기업 엑소더스' 차단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몰두하고 있어 이 같은 세법 개혁안이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