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배우의 기준을 바꿔 놓은 김희애. 여배우는 나이를 먹으면 미모가 빛을 잃거나 드라마 여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편견을 깼다. 오히려 전성기 때보다 현재 '제2 전성기'의 미모가 훨씬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미모가 사그라지지 않고 오히려 진화했다니 어찌된 일일까. 바로 화장법 덕분이다.

배우 김희애가 한창 꽃미모를 날리던 80년대와는 다르게 지금의 김희애는 얼굴에서 힘을 다 뺐다. 메이크업으로 힘을 주기보단 피부에 수분감을 듬뿍 줘
 미모가 빛이 나게 했다. 일명 '물광 메이크업'을 비롯해 '민낯 메이크업'과 같이 자연스러움 속에서 멋을 찾는 유행을 선도했다. 화장법이 점점 가벼워지니 화장품업계가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피부가 스스로 빛을 낼 수 있도록 한 메이크업제품들이 더 공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일명 '국민 팩트'로 불리는 에어쿠션이 화장품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 한국여성이라면 누구나 파우치 안에 에어쿠션을 하나씩 들고 다닐 정도인데 이 제품은 여성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술력(멀티 기능성·가벼운 커버력·자연스러운 피부표현)까지 더해졌다.


 



 
◆자외선 차단부터 메이크업까지 한번에
그동안 여성들은 여러 단계의 피부화장을 거쳐야 했고 얼굴에 잘 흡수시키기 위해 손으로 직접 화장품을 발라야 했다. 이런 번거로움을 모두 날려준 제품이 바로 에어쿠션이다. 화장품을 손에 묻히지 않고, 단 하나의 화장품으로 자외선 차단부터 메이크업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혁신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제품은 피부화장을 가볍게 표현하면서도 커버력을 유지한다. 메이크업 트렌드인 '물광 효과'를 톡톡히 내는 것이다. 여름이 되면 에어쿠션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는데 제품을 얼굴에 바를 때 청량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에어쿠션의 자연스런 피부표현은 퍼프도 한몫 한다. 에어쿠션은 제품을 퍼프에 묻힌 뒤 얼굴에 두드리듯 바르는데 훨씬 피부에 잘 흡수되는 느낌을 받는다. 에어쿠션 퍼프의 아이디어를 주차도장에서 얻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대단한 발명(?)인 셈이다.

에어쿠션의 성공에 자극 받은 경쟁사들이 앞다퉈 유사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장품가게마다 에어쿠션 코너를 별도로 마련했고, 면세점에서는 에어쿠션 세트가 없어서 못팔 정도다. 홈쇼핑에서도 에어쿠션은 단골 '완판제품'이다.

에어쿠션은 2008년 처음 출시된 후 파운데이션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시장규모가 전년대비 60% 가까이 늘었다. 올해 초에는 기술력, 시장성, 편의성, 글로벌시장 가능성을 폭넓게 인정받아 'IR52 장영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아이오페 에어쿠션의 경우 파운데이션제품 가운데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9월 기준 누적판매량도 1000만개를 넘었다. 한국 성인여성(20∼69세) 2.4명 중 1명이 사용했고 6초에 1개씩 팔렸다니 이런 효자상품도 없을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 출시된 에어쿠션 제품에 대한 외국 화장품업계와 소비자의 반응은 놀라웠다. 지난 4월 대표적인 마케팅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차세대 화장품업계의 선두주자로 에어쿠션을 꼽으며 "한국에서 시작된 트렌드가 세계시장을 장악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게다가 에어쿠션이 한국시장에서 다소 주춤했던 색조화장품의 부흥까지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에어쿠션은 습도가 높고 더운 한국의 날씨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덕분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비가 많이 오는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관광객의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에게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6년이 지났지만 판매신장률이 오히려 더 높아지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나 유럽시장에서도 인기를 끌 것으로 점쳐진다. 색조화장품 비중이 큰 유럽과 북미시장에서도 피부표현에 특화된 에어쿠션제품이 폭넓게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딱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만들면 '대박'

이제는 순수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시장의 트렌드만 정확히 파악하면 사업이나 주식투자에서 모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크게 두가지만 꼽아보겠다. 우선 중국인이 한국의 쇼핑가를 점령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의 메이크업이나 성형 관련시장이 봇물 터지듯 커지는 등 외모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런 경향을 종합해 봤을 때 중국인의 발길을 쫓아간다면 화장품 분야는 여전히 성장업종임이 분명하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급증하는 현실적 배경에 더해 에어쿠션이란 히트상품을 내놓은 아모레퍼시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지사다. 아모레퍼시픽은 에어쿠션으로 대박을 친 아이오페뿐만 아니라 미백 이미지를 내세운 라네즈 등의 효자 브랜드를 갖고 있다. 그에 대한 결과로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지난 1년새 100%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9조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런 트렌드는 꼭 화장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히트상품 하나만 제대로 뜨면 기업가치로 반영된다는 것은 진리다. 일례로 광동제약은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죽기살기로 개발한 '비타500'이 홈런을 쳐 여타 제품군의 매출까지 덩달아 좋아졌다. 비타500이 처음 출시된 2001년 이전 대비 광동제약의 주가는 무려 15배 가까이 급등했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아무리 성장해봤자 비디오 스트리밍업체 정도로 평가절하됐지만, 미국 정치드라마 한편으로 위상이 급변했고 주가는 드라마 발표 이전 대비 5배나 올랐다.

그렇다면 결론은 한가지로 압축된다. 딱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만들자. 아니면 그런 상품을 갖고 있는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