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만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뜨거운 관심을 받는 주제가 또 있을까. 최근에도 과열된 사교육에 대한 대책으로 수능 영어시험이 절대평가로 바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나친 사교육을 잠재울 수 있다는 기대감부터 오히려 영어 변별력이 떨어지면 다른 주요과목으로 더욱 집중되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까지 의견이 빗발쳤다. 단순히 영어 사교육 하나만 잡는다고 해서 쉽게 사그라질 사교육시장이 아니라는 얘기다.
정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2명인 가정의 경우 평균소득 400만원 중 10%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한다. 사교육 총비용이 무려 18조6000억원이란 통계도 나왔다. 지난해 경영컨설팅기업 맥킨지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군비 경쟁'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만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다는 뜻이다. 맥킨지는 사교육비와 주택가격으로 인해 일반가계에 부채가 급증하고 결국엔 한국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심지어는 사교육비 지출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하지 못하면 한국의 성장잠재력도 저해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자원이 적은 한국에선 사람에 모든 역량을 집중, 최대한 발전해왔기 때문에 사교육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보편적 수준의 공교육보단 사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수준에 맞추기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공교육에서 받지 못하는 예체능이나 심화학습 등의 분야를 사교육에서 커버해주기도 한다. 부모가 집에서 자녀의 교육을 도와주기 힘든 경우 아이들의 교육을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영유아? 태아도 받는 영어교육
이처럼 장단점이 공존하는 사교육이지만 가구당 자녀수가 점차 감소하는 상황에서 그 관심이 줄어들기란 쉽지 않다. 예전에는 학교에 들어가는 나이부터 공부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옹알이를 겨우 하는 영유아는 물론 태아교육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총 교육비 중 영유아 대상이 절반에 가까운 45.1%를 차지한다. 지금도 미취학 영유아 10명 중 3명은 학습지를 이용하는데, 정부가 만 5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교육의 공통과정인 누리과정이 시행되면서 학습지 이용률도 느는 추세다. 더욱이 무상보육과 서비스로 숨통이 트인 학부모들이 추가적으로 교육서비스 이용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관련시장의 향후 성장여력은 충분해 보인다.
조기교육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영어교육이다. 현재 각 업체마다 영상과 교구, 책 등을 연계시킨 프리미엄 영어교육법을 내놓고 있다. 그 외에도 하루 종일 신나게 놀면서 배우는 '영어놀이터'를 표방하는 영어놀이 프로그램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조기 외국어교육은 영유아 아동뿐만 아니라 태아도 타깃이다. 이제 태교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건강한 생각만 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뱃속 아이의 태명을 부르며 대화를 시도하는 '태담태교', 부정적 감정을 없애고 긍정적 정서를 쌓는 '명상태교'에서 더 나아가 음악에 맞춰 복부 마사지를 하는 '음악태교', 창의적 발달에 도움을 주는 '미술태교'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최근엔 이보다 더 큰 시장이 형성됐다. 바로 언어태교, 영어태교다.
언어태교란 엄마 뱃속에서부터 외국어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 외국어에 대한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이다. 임신 16주부터 태아는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때부터 매일 1시간 이상 영어를 들려줘 외국어를 모국어로 느끼도록 환경을 만들어준다는 것. 물론 언어태교의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럼에도 태어날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부모들은 영어태교에 대한 관심을 쉽게 거두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사교육시장에서 영유아 및 태아대상 교육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업체간 경쟁도 치열하다. 따라서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숨어 있는 시장을 찾아 특색을 내세운 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영유아 교육의 트렌드는 디지털화다. 유아교육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젊은 교육기업의 경우 국내 스마트 교육시장은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해외 디지털 교육시장 수요도 넘보고 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기기 환경에 친숙한 영유아에게 스마트러닝 교육은 필연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콘텐츠사업은 교원, 대교, 웅진 등 학습지 '빅3'업체가 스마트화로 발걸음을 재촉하며 한번 더 도약을 노리고 있다. 교원은 '올앤지'라는 스마트 영어콘텐츠를 강화했고, 대교도 누리과정에 맞춰 '꿈꾸는 달팽이 키즈 교육탭'인 스마트 학습시스템을 출시했다. 아직 언어습득을 공부로 접하기엔 어린 아이들에게 스마트러닝을 활용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학습자료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듯 어린 영유아를 교육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은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모국어를 익히기 전부터 영어교육을 받는 것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외국어 조기교육 열풍은 우리나라만의 이슈가 아니다. 중국과 미국의 예를 살펴보자.
중국에서 영어교육이 본격화된 것은 1980년대 이후다. 그 이전에는 제1외국어가 러시아어였다. 그러던 것이 개혁과 개방의 시기로 접어들면서 영어교육이 강조됐고 1990년대부터는 초등학교에 영어교육이 정규과정으로 편입됐다. 특히 부를 축적한 중국부모의 교육열은 한국부모 이상이었고 미국과 캐나다로의 조기유학 열풍으로 이어져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반면 미국은 약 4000여 초·중·고등학교가 중국어과정을 개설했다. 중국어를 외국어로 선택한 학생은 2004년 2만명에서 지난해 16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압도적인 증가율이다. 웬만한 중국어 유치원이나 중국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교육비뿐만 아니라 수십대 1의 입학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상황이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경우 영어와 더불어 프랑스어가 공식언어인데, 중국어도 그 수준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미 주내 수십개 학교에서 중국어 조기몰입교육을 시작했고 학부모의 관심도 점차 늘고 있다.
이들 나라가 국가적 차원이든 부모 개인의 차원이든 중국어 공부에 공을 들이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위상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무역교육 규모가 1위로 올라선 지 오래고 국내에 오는 해외여행객의 절반이 중국인임을 감안할 때 학생이든 비즈니스맨이든 중국어에 공을 들이는 게 좋을 듯하다.
조기교육, 언어교육에 대한 열풍을 잠재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이한 현상이 아니며 아이를 가진 부모라면 정도와 방법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욕심 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앞으로의 대한민국을 이끌 아이들을 위해 그 방향을 잘 마련해주는 것도 부모로서의 몫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그 수많은 영어학원이 중국어학원으로 바뀔 날도 머지 않아 보인다. 주식투자자라면 중국어교육과 관련된 기업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