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들을 장가·시집보내고 직장에서 물러나 60세가 넘으면 찾아오는 게 신체의 이상증상이다. 병원에서 준 약을 보약처럼 먹어도 늘 삭신이 쑤시고 아픈 데 듣고 보고 먹고 냄새를 맡는 ‘이·목·구·비’ 기능까지 떨어지면서 일상생활의 불편함은 크게 증가한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맞은 사람들. 이들의 건강한 노후를 방해하는 노인성 난청, 시력감퇴, 구강질환, 미각성 비염에 대해 알아봤다.
◆노인성 난청: 불편해도 보청기 사용
늦은 밤 시끄러운 TV 소리. 귀가 어두워진 노인을 모시는 가정이라면 TV 소리를 줄이고 키우고의 반복으로 마찰을 빚는 경우가 예삿일이다. “너도 늙어봐야 안다”는 말에 안쓰럽지만 소음으로 인해 이웃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올까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다. 양쪽 청력이 동시에 둔화되고 고주파수 영역에서 청력이 감소되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게 특징이다.
노인성 난청은 자음의 구분이 어렵다. 예컨대 같은 모음으로 이뤄진 ‘잔다’, ‘간다’, ‘판다’ 등의 단어를 구별하지 못하는 것. 비슷한 단어를 못 알아듣거나 혹은 눈치로 아는 체하고 있는 상황이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난청센터를 찾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지난 세대가 노인성 난청을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보청기를 이용해 삶의 질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또한 난청을 방치하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보청기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이 65세 이상 노인 600여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가벼운 난청은 치매 위험이 2배, 중도 난청은 3배, 심한 경우에는 5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력이 떨어지면 소리가 뇌로 전달되는 자극이 줄어 치매가 찾아오는 것이다.
◆시력감퇴: 방치하면 치매 위험 증가
시력 역시 치매와 관련이 있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진이 미국에 거주하는 노인 625명의 10년간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치매에 걸린 노인들의 경우 시력 감퇴 증상을 겪는 사람은 90%에 달한다. 또한 치매에 걸리지 않은 노인들 중 시력이 좋은 사람은 30%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눈은 신체에서 가장 빨리 노화된다. 40대 초반에 들어서면서 노안이 오는 경우도 있다. 수정체의 탄력과 조절력이 떨어져 초점을 잡기 어렵고 눈의 피로를 자주 느낀다. 안경이나 렌즈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별 다른 조치 없이 지내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외부 정보의 80%는 눈을 통해 들어온다. 받아들이는 정보가 줄면 그만큼 뇌 활동이 멈추게 된다. 조한나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노안과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시력 감퇴를 방치하면 치매 위험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한쪽 눈의 시력만 나빠졌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한쪽 시력이 나빠지면 원근감과 공간능력이 떨어지면서 활동범위가 제한된다. 운동이나 대화 등 치매를 예방하는 활동에도 제약이 따른다. 오히려 우울증이나 이상행동이 유발돼 치매가 더 빨리 찾아올 수 있다. 배정훈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녹내장이나 백내장·황반변성을 겪는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1년에 한번 이상 안과를 찾아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구강질환: 양치질·스케일링으로 예방
지난 9월 SBS <힐링캠프-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방송인 송해의 입담이 화제였다. 방송에서 송해는 치아 건강이 장수 비결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년 넘게 규칙적으로 치과에 다니며 관리를 받는다는 송해는 “치아가 오복 중 하나지 않느냐”며 “지금까지 이 치아로 살아왔다. 강철이라도 다 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 자식보다 낫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 치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평소 기본적인 양치질이나 정기적인 스케일링 등 평상 시 습관을 제대로 유지하면 노화로 인한 구강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충치는 부실한 잇몸관리와 소홀한 양치질이 원인이다. 하지만 노화로 침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입안이 마르면 구강 내 세균이 증가하면서 충치나 잇몸염증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치아는 단순 치아건강뿐만 아니라 모든 신체건강과도 직결된다. 치아가 건강해야 음식을 잘 먹고, 잘 먹어야 건강할 수 있다. 반대로 치아가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을 잃게 될 수 있다. 최상현 임플란트치과 세움치과 원장은 “치아가 한두개 상실됐다고 음식섭취를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하지만 상실한 치아 옆의 치아들이 함께 무너지면 구강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미각성 비염: 의심되면 병원부터 찾아야
코 질환 역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뜨겁고 매운 음식을 먹을 때마다 콧물을 흘린다면 만족스러운 식사시간을 갖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을 때 코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미각성 비염일 가능성이 높다. 미각성 비염은 젊은층보다 노인들에게 더 많이 발병한다.
미각성 비염은 특정 음식을 섭취하면 콧물이 나거나 코막힘 등의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뜨겁거나 매운 음식이 입천장의 점막신경을 자극하면서 콧물이 과다 분비되는 것. 정도광 하나이비인후과병원장은 “이런 경우 알레르기 비염 여부를 검사하는 피부 테스트에서도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다”며 “코 속도 염증 없이 깨끗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각성 비염은 알레르기 비염과 증상이 유사하다. 따라서 일반적인 콧물 치료제를 쓰다 보면 오히려 질병을 더 키울 수 있다. 미각성 비염을 방치하면 식사할 때마다 나오는 콧물의 양이 많아진다. 또 만성 비염으로 악화돼 천식, 만성 기침 등을 유발한다.
콧속 과민 반응 상태가 오랫동안 이어지면 비후성 비염 상태가 되기도 한다. 점막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콧속을 막고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게 돼 후각을 잃어버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미각성 비염이 의심된다면 전문의 진단을 통해 정확한 처방을 받아 치료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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