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축은행은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위·아래로 중금리 대출시장 위협과 금리인하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어서다. 여기에 올 하반기 중 케이블 TV광고에 대한 시간 규제까지 이뤄질 경우 추후 영업환경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중금리시장 진출 ‘위협적’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 대출이 가능한 등급은 1~4등급,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고객은 5~8등급으로 나뉜다. 저축은행은 이 중 5~6등급 사이 고객을 상대적 우량고객으로 분류한다. 6등급에서 7등급으로 등급이 한단계 떨어지는 사이, 고객의 연체율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 1년(2014년 3월~2015년 3월) 동안 개인신용등급별 불량률은 1등급부터 5등급까지 0%대를 유지하다가 ▲6등급 2.10% ▲7등급 6.63%로 급격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후 ▲8등급 11.28% ▲9등급 13.43% ▲10등급 38.08% 등 기하급수적으로 뛰어올랐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따라서 저축은행 대출금리 형성에 있어 중신용자들이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대출금리가 올라가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평균 대손율’인데 중신용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량한 신용을 바탕으로 대손율 상승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5~7등급 고객 중에서도 우량한 고객들은 대부분 캐피탈사 등으로 빠져나가고 같은 등급의 고객 중에서도 불량률이 높은 고객들만 저축은행을 찾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 같은 때에 5~6등급 사이의 중신용자 고객은 평균 대손율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중신용자 신용대출시장에 시중은행이 핀테크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저축은행업계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시중은행 중신용자 대출상품의 경우 금리적인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축은행이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우리은행이 선보인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는 출범 2주도 안돼 대출 취급액 18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비뱅크의 금리는 연 5.95%~9.75%다. 이용고객은 우리은행 내부 신용등급(총 10단계) 6등급 이하의 저신용자가 4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일부 시중은행은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를 검토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저축은행에 비해 조달금리가 낮은 것은 물론 신용평가시스템 등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보다 낮은 금리로 상품 제공이 가능하다”며 “만약 시중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중신용자 대출시장에 뛰어들 경우 저축은행으로서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밑으로는 대부업체와 업권별 금리 차등 적용이라는 암초에 부딪혔다. 지난 5월28일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의원은 대부업체의 최고이자를 25%로 적용하는 반면 여신금융기관의 최고이자를 20%로 제한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저축은행업계는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금리 차등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고객층과 비용구조 등이 엇비슷한 상황에서 금리 차등화를 시행할 경우 저축은행이 얻는 실익은 없다”며 “이는 곧 저축은행의 경쟁력 상실로 연결될 것이고 저축은행이 우량 고객만 선별해 영업을 하게 되면 저신용자 신용대출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적최고금리를 현행 연 34.9%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할 경우 현실적으로 이익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평균 대손율이 10~15% 수준”이라며 “평균적 조달금리, 예금보험료, 인력비용, 마케팅비용 등을 모두 따져봤을 때 현행 금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약 해당 개정안에 따라 최고 금리를 연 20%로 내릴 경우 금융기관에 들어가는 모든 금액들을 최소한으로 절감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흑자? PF 충당금 종료 착시현상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이 3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장기간 이어진 침체 터널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저축은행들은 “PF 대출에 대한 충당금을 더 이상 쌓지 않는 등 일회성 요인에 기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뿐 영업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저축은행 1분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영업 중인 79개 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8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한 데 이어 4분기 1738억원, 올해 1분기엔 1625억원으로 3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 기간 누적 순이익은 3443억원으로 전년 동기(-4768억원)보다 8211억원 늘었다.

여기에는 캠코에 매각한 PF 대출에 대한 손실 예상 충당금 적립이 종료되면서 기타 영업손익이 크게 늘어난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결국 업계 전반적인 상황의 개선이 아닌 그간 고정 지출로 잡혀있던 충당금 적립이 종료됨에 따라 재무제표상으로만 실적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3분기 연속 흑자행진은 일회성 요인에 따른 거품일 뿐, 저축은행 신용대출시장은 성장세 없이 위축돼 가고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광고시간 줄어들까 '노심초사'

만약 올 하반기 중으로 저축은행 케이블 TV광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제방안이 마련될 경우 저축은행 영업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대부업 TV광고 시간대를 제한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 통과될 당시 저축은행 광고도 규제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부대의견이 달렸다.

이에 따라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TV광고를 통한 모집의 경우 상대적으로 우량 고객 유입률이 높기 때문에 영업 환경에 크게 제약을 받게 된다. 또한 이로 인해 모집인 등을 통한 대출 비중이 늘어날 경우 수수료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TV광고가 막힐 경우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도 치명적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현재 TV광고를 내보내는 저축은행 5개사(SBI·OK·웰컴·친애·HK)는 자율규제방안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소비자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문구나 로고송을 제한한 새로운 광고를 제작, 오는 10월까지 기존 광고를 대체할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