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가 고래를 삼켰다.” 지난해 JB금융그룹이 광주은행을 새 식구로 맞는 과정은 지난했다. 덩치가 작은 JB금융의 인수에 광주 민심은 동요했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환원에 대한 우려도 컸다. 광주은행 직원들은 인수저지 투쟁에 나섰고 정치권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여. 우려는 기대로, 반대구호는 환호로 바뀌었다. 지난 9일 광주은행 노조가 속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겸 광주은행장의 ‘투뱅크(Two Bank) 체제’에 대한 논평을 냈다. 금융노조는 “은행 간 합병 및 대형화가 금융선진화와 동일시되는 그릇된 풍토 속에서 오랜만에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소신 있는 경영철학을 접하게 된 것이 반갑다”며 이례적인 지지를 표한 것.

‘소화 불량’ 우려도 씻어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JB금융은 현재 금융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은행”(하나대투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이라는 리포트가 나올 정도다. “2015년은 전북은행 규모보다 세배에 가까운 이익이 예상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잇따랐다.

◆미니점포·다이렉트, ‘전국구’ 공략

김한 회장이 전북은행장으로 JB금융과 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10년. 이때부터 “확연히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게 안팎의 평가다. 취임 당시 9조원 수준이던 자산은 불과 4년 새 40조원 규모로 불었고 지방은행에서 ‘전국구’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했다. 그야말로 괄목상대다.

김 회장은 전북은행장 시절부터 전국구 은행을 목표로 큰 그림을 그렸다. 규모가 작으면 외부충격에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고 지역사회에 자금을 공급할 능력이 미약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2013년 JB금융지주로 전환하며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했다. 이는 광주은행, JB자산운용 등 굵직한 금융기관을 품에 안는 달콤한 결실로 돌아왔다.

김한 JB금융 회장 / 사진제공=JB금융

오는 7월 두돌을 맞는 JB금융은 이에 앞서 얼굴(CI·기업이미지)도 새롭게 단장했다.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을 위시해 JB자산운용, JB우리캐피탈, JB자산운용 등을 아우르는 새로운 CI가 필요해서다. 김 회장은 “ CI에 소매금융 중심의 종합금융그룹으로 성장·발전하는 비상의 의미를 담았다”며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신과 ‘우리는 하나’라는 강한 공동체 의식으로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거듭나자”고 새로운 각오를 당부했다.

이처럼 혁신을 추구하는 김 회장의 주 승부수는 시장 다변화다. 현재 금융권의 이목이 쏠린 JB금융의 수도권 공습이 대표적이다. ‘탈지방은행’이라는 목표 아래 광주은행은 서울, 전북은행은 대전 공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북과 광주지역은 인구가 줄고 산업기반이 취약한 한계가 있는 반면 서울 및 수도권은 우리나라 경제의 핵심지역으로 영업확대가 용이해서다.지난 5월 기준 수도권의 점포는 31개(전북은행 20개, 광주은행 11개)다. 특히 김 회장은 지점 인원을 3~4인 수준으로 줄인 ‘미니점포’로 경쟁력을 높였다. 

JB금융의 또 다른 승부수는 비대면채널 공략이다. 지난 2013년 7월 다이렉트뱅킹 플랫폼을 구축하고 시장선점에 나섰다. 전통적인 지점 인프라가 아닌 비대면채널을 중심으로 대안채널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남다른 강점으로 꼽힌다. 새 식구가 된 광주은행뿐 아니라 캐피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JB금융은 지난 2011년 9월 우리캐피탈을 전북은행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해 우리캐피탈은 85억원의 적자를 냈지만 2012년 85억원, 2013년 211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며 매해 급성장했다. 올 들어서는 1분기에만 145억원으로 분기별 사상 최고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러한 수도권 점포 공략과 캐피털의 약진에 힘입어 JB금융의 2015년 연간 순이익은 전년보다 2배 증가한 12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이 ‘능력 있는 CEO’라는 데 이견이 없는 이유다. 

사실 김 회장이 전북은행장으로 임명된 2010년 무렵에는 은행권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대신증권 본부장,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증권맨 출신이다. 전북은행장 취임 전 은행권 경력은 2008년부터 2년간 KB금융그룹의 사외이사를 맡았던 게 전부다.

다행히 전북은행장 취임 이후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노조와의 갈등도 신속하게 잠재우며 남다른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탁월한 경영능력을 인정받았지만 견제세력이 없고 '힘'이 회장에게 과도하게 편중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회장은 광주은행장을 겸직하는 동시에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현재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은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수행하는 반면 지방은행에선 행장이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박태식 전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방은행에서 진정한 전국구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면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유능한 CEO 한명이 이끄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의 수준 향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프로필
▲1954년생 ▲서울대 기계공학과 ▲예일대 경영학 석사 ▲동부그룹 미국현지법인 사장  ▲대신증권 이사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KB금융 사외이사 ▲전북은행장(10대) ▲ 현 JB금융 회장 겸 광주은행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