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역사를 살펴보면 세종·정조 같은 훌륭한 임금이 많았다. 대중은 너무 완벽해 보이는 세종보다 정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정조는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죽이는 것을 목격하며 비극적인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니라 정적들에게 생명을 위협받으면서도 끝내 왕위에 올라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이런 드라마틱한 인생역정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은 더욱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정조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세종이었다고 한다. 정조는 "옛 임금들은 늘 <세종실록>의 글귀를 외우고 다닌다"고 말했다.



정조의 정치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현모 교수(여주대학교, 세종리더십연구소장)는 정조를 연구하다가 세종을 만나면서 삶이 바뀌었다고 한다. 십여년간 <세종실록>을 연구하며 시민강좌 ‘세종실록학교’를 진행한 그는 앞이 보이지 않을 때, 막다른 골목에 처했다는 좌절감을 느낄 때 <세종실록>을 펼쳐 읽으며 다시금 힘과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책을 통해 나라 다스리는 도리를 살펴보면 손바닥 뒤집는 것처럼 쉽다. 그러나 실지의 일에 당면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세종실록> 재위 7년 12월8일) 1452년 조선은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기근이 들어 강력범죄가 속출하고 집을 떠나 유랑하는 백성이 급증했다. 신하들을 모아 답을 구해도 누구 하나 나서서 발언하는 자가 없었다. 세종 역시 완벽한 사람은 아니었다.


저자는 <세종실록> 곳곳에서 매일 최선을 다하는, 노력하는 리더의 모습을 봤다. 세종은 좌절과 한탄 속에 잠 못 이루면서도 끝내 방책을 찾아내 당면한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학자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 <세종실록>을 읽어내려면 몇년이 걸릴 것이다. 저자는 포스코와 삼성경제연구소의 후원으로 CEO, 대학교수, 정치인, 경영학자들에게 7년간 매달 세종어록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를 할 때마다 어떻게 하면 리더들에게 세종의 지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고심했고 밤을 하얗게 지새며 세종의 어록을 기억하기 쉽도록 간결하게 다듬었다.

이 책은 7년간의 노력 끝에 1만800쪽의 <세종실록>을 52가지 사자성어로 압축한 역작이다. 본문의 각 꼭지에는 해당 사자성어가 들어 있던 원문 소개와 함께 어떤 맥락과 사건에서 그 말이 나왔는지 친절하게 설명해 세종의 사상과 고뇌를 독자가 깊이 공감하도록 이끈다. 강병인 작가가 세종의 어록을 캘리그래프로 표현한 작품 17컷이 본문에 수록돼 감동을 더한다.


정치·경제·문학·과학·음악·고전에 통달한 르네상스맨, 주도 면밀한 계획과 실행으로 태평성대를 실현한 세종. 세종의 경지에 이르기란 불가능하겠지만 그럴수록 부족한 우리가 세종을 조금이라도 닮을 수 있도록 그의 끝없는 노력을 본받아야 하지 않을까.

박현모 지음 | 흐름출판 펴냄 | 1만6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4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