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GM에 재무실사를 진행키로 했다. 한국GM의 실사에 앞서 ▲매출원가 및 이전가격 공개 ▲본사와의 고금리 불공정거래 의혹 해명 ▲주주감사권 행사 허용 등 3대 선결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문제는 한국GM이 이를 수용해야 하는 실사를 진행하는 상황. 지금까지 한국GM이 산은에 회계장부 열람 등도 반대한 터라 이 조건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또한 실사를 데드라인까지 마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현재 미국GM 본사는 한국GM의 중대 결정시기(2월 말)를 못 박았다. 한국GM이 이달 말까지 정부 지원과 노사 교섭에서 의미있는 진전을 이뤄내야 신차 배정을 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은이 실사를 이달 말까지 진행하지 못하면 한국GM의 신차 배정이 취소돼 한국공장이 단계적으로 문을 닫는 최악의 문제가 불거진다. 지난해 10월 산은은 ‘비토권’(GM의 지분 매각을 거부할 권리)이 만료됐다. GM이 한국공장을 단계적으로 모두 폐쇄하고 철수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
산은 측은 "한국GM의 2대 주주지만 채권을 보유하지 않아 GM이 경영상황을 반드시 알려야 하는 의무가 없다"며 "실사시기, 방법 등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또 다시 불거진 낙하산 사외이사 논란
한국GM의 부진은 최근 4~5년간 이어지고 있다. 2012년 최대(15조9497억원)를 기록한 매출은 지난해 12조2342억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3년간 약 2조원의 누적 당기순손실을 입었고 지난해 1분기에는 설립 이후 최초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특히 이번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은 지난해 초 출시한 ‘크루즈’의 부진 때문에 공장 가동률이 2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가 보는 구조인 셈이다. 한국GM은 지난해 1조원가량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GM 사태에 일자리 문제도 걱정거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지엠과 협력사의 총 고용 인원은 2016년 기준 15만6000여명이다. 한국GM 노동자가 1만6000여명, 1~3차 협력사 노동자가 14만여명이다. 이 가운데 한국GM 노동자 1만6000여명과 1차 협력사 301개사 중 86개사,1만1000여명의 일자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한국GM 사태가 국내 경제에 끼치는 엄청난 영향에도 산은의 역할이 미미했던 이유는 국책은행의 고질적인 문제인 낙하산 사외이사가 이유로 지목된다. 2008년 이후 산은이 한국GM에 파견한 이사 18명 중 9명이 산은, 6명이 공무원 출신이다. GM이 산은에 일방적인 자료 통제와 비협조적인 행태로 일관했더라도 산은이 파견한 사외이사가 한국GM의 만성적자를 방치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기업에 사외이사 추천으로 제대로 된 경영관리가 가능했는지 의문"이라며 "전문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는 관리자제도를 정립해 기업의 부실을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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