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고수들은 대단히 다이내믹한 턴을 보여주는데 그 안에는 부드러움이 담겨 있다. 강약의 조절이 있고 힘을 줄 때와 뺄 때의 차이도 확연하다. 다리를 길게 혹은 짧게 이용할 경우도 명확하다. 또 한 턴과 다음 턴의 연결이 물 흐르듯 매끄럽다. 이처럼 한 턴에서 다음 턴으로 연결되는 구간을 '트랜지션'(Transition)이라 부르는데 부드러운 트랜지션이 고수의 특징이다.
◆트랜지션과 크로스 오버
처음 스키를 배울 때 사람들은 한 턴 한 턴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한다. 이는 중급 혹은 상급자가 돼도 마찬가지다. 보다 급한 사면에서 보다 빠른 동작이 이뤄질 뿐이다. 하지만 고수는 한 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중시한다. 따라서 턴과 턴의 부드러운 연결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럼 어떻게 하면 부드러운 연결을 할 수 있을까. 턴과 턴의 연결 구간인 트랜지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크로스 오버'(Cross Over)라 한다. 이 크로스 오버를 정확하고 부드럽게 한다면 턴과 턴의 연결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통상 크로스 오버는 몸의 중심과 발이 서로 교차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패러렐 스킹 시 트랜지션에서 몸의 중심과 발은 교차하게 된다. 스키를 조금만 타봐도 턴을 하면 스키가 당연히 몸의 좌우로 왔다갔다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굳이 대단한 물리학적 원리를 동원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이 크로스 오버를 만들어내는 스키어는 많지 않다. 왜일까.
이 때문에 스키어 대부분은 턴의 후반부에서 턴을 필요 이상 길게 끌고 간다. 중력에 대항해 버티고 서 있는 것에 안정감을 느낀 스키어는 무의식적으로 그 안정감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한다. 그 후반부를 벗어나면 엄청난 공포의 자유낙하 구간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스키어를 기다리고 있기에 주저하는 것이다. 이렇듯 턴의 후반부가 늘어지면서 몸의 중심이 부드럽게 다음 턴으로 넘어가야 할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결국 다음 턴의 시작이 불안해진다. 여기서 급작스런 스키의 조작, 후경과 몸 턴 등 수많은 문제점이 등장한다.
반면에 제대로 된 크로스 오버를 하면 턴의 연결이 대단히 부드러워진다. 한 턴과 그 다음 턴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므로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조화로운 턴을 만들어내는 스키어는 예술가라 부를 만하다. 급작스런 움직임이나 부자연스러운 연결이 있으면 하나의 턴이 완성도를 가지더라도 전체적 조화는 깨진다. 한 턴의 완성에만 집착하는 스키어는 아직 고수의 경지에 오르지 못한 것이다.
◆크로스 오버의 정석
정확하고 부드러운 크로스 오버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위에서 언급했듯 스키어 대부분은 턴의 전반은 짧게 후반은 길게 가져간다. 턴의 전반이 짧은 이유는 크로스 오버가 이뤄져야 할 타이밍을 놓쳐 시작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조금 더 일찍 다음 턴을 준비하고 가능하면 체중이동을 빠르게 시작해야 한다.
먼저 '롤링'(rolling)이라는 조작을 해보자. 롤링은 새끼발가락에서 엄지발가락 방향으로 발을 굴려 주는 조작이다. 스키를 신은 상태에서 이 조작을 하면 아웃 에지에서 인 에지로 설면에 닿은 에지가 전환한다. 가령 평지에서 스키로 스케이팅을 한다면 아웃 에지로 시작해 인 에지로 발을 롤링한다. 바로 이러한 조작을 스키를 타면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턴의 후반부에 안쪽 스키의 아웃 에지가 설면에 닿아 있을 것이다. 새끼발가락의 바깥쪽으로 설면에 닿아 있는 에지를 느껴보자. 이제 턴을 마치고 트랜지션 구간으로 넘어가면 스키의 바닥면이 느껴지고 곧이어 인 에지로 전환하는 것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다. 스케이팅을 할 때와 같은 조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제대로 롤링을 하는 것이다.
이런 롤링의 조작이 익숙해진 상급자는 그 다음 단계인 '화잇 패스 턴'(White Pass Turn)을 시도해 보자. 한국에선 일명 '그루니겐 턴'으로 알려진 연습법이다. 턴의 시작을 안쪽 발로 하고 바깥 발은 살짝 공중에 들어준다. 이 상태에선 어쩔 수 없이 안쪽 발의 아웃 에지로 균형을 잡아줘야 한다. 이 조작은 크로스 오버를 극단적으로 해야만 가능해지므로 크로스 오버를 위한 타이밍과 조작이 향상된다.
이렇게 롤링 또는 화잇 패스 턴을 통해 정확하게 크로스 오버를 만들면 대단히 부드럽고 안정감 있는 턴의 연결이 가능해진다.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턴을 만드는 것, 고수의 이런 기술에 천의무봉 칭찬은 아깝지 않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29호(2018년 2월28일~3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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