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제재에 훈풍이 불고 있지만 꽁꽁 얼어붙었던 국내 화장품 로드숍에는 미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00년대부터 중저가 화장품 전성시대를 열었던 로드숍의 성장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같은 불황은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이유도 있지만 헬스&뷰티숍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로드숍 영역을 잠식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로드숍의 영화를 되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장품업체들은 돌파구 찾기에 속속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아모레퍼시픽
◆헬스&뷰티숍에 밀린 로드숍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 브랜드인 이니스프리의 지난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627억원, 32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8%, 29%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의 브랜드 더페이스샵의 1분기 매출액도 전년동기 대비 13% 감소한 130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는 더페이스샵의 영업이익도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샤와 어퓨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에 영업손실 1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전년동기 대비 12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778억원으로 19% 감소했다. 잇츠스킨을 운영하는 잇츠한불은 매출액 583억원, 영업이익 105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22%, 76% 줄었다.

이 같은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실적 부진은 소비트렌드가 로드숍에서 헬스&뷰티숍으로 바뀐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로드숍이 붐을 이뤘지만 사드사태로 중국인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헬스&뷰티숍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로드숍이 주춤하는 사이 헬스&뷰티숍은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의 매장수는 현재 1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 롭스도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롭스는 2013년 롯데슈퍼 TF(태스크포스)팀으로 시작해 현재 기준 107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롭스는 올해엔 50개 매장을 더 늘릴 계획이다.


◆해외 진출·브랜드 리뉴얼로 돌파

화장품업체들은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브랜드 리뉴얼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세계 화장품 1위 시장인 미국과 3위 시장인 일본으로 중심을 옮겼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유니언스퀘어 2개 층에 브랜드 플래그십숍을 열고 900여종의 브랜드상품과 150여종의 미국전용 출시했다. 또 지난 3월에는 일본 도쿄 오모테산도 거리에 1호점, 지난달 27일에는 하라주쿠에 2호점을 각각 오픈했다.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면서 중국을 겨냥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사 브랜드로 ‘자연주의 편집숍’을 선점해 중국시장 등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월 상하이 루이훙텐디 쇼핑단지의 더페이스샵 매장을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해 중국 1호점으로 오픈했다.

에이블씨엔씨의 미샤는 브랜드를 리뉴얼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최근 미샤의 첫번째 플래그십스토어 ‘갤러리M’을 서울 강남에 오픈했고 지난달에는 12년 만에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변경했다. 새 BI는 과장과 거추장스러움을 배제하고 단순하면서 과감하게 아름다움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잇츠한불은 상하이 판매법인을 통해 현지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확장하고 있다. 올 하반기 플래그십 스토어 1호점 오픈을 시작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10여개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대리점도 오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오픈해 중장기적으로 100여개까지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화장품시장에서 기존의 방식으론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들은 해외 진출과 브랜드 재단장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