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이 대규모 점포 통합으로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씨티은행 점포수는 126개에서 36개로 줄어든 반면 비대면거래는 눈에 띄게 늘었다. ‘디지털 전환’을 선언한 박진회 씨티은행장의 디지털금융 전략이 통한 것이다.

씨티은행은 점포를 줄이는 대신 디지털기술을 적극 활용해 온·오프라인 채널을 결합한 옴니채널을 구현했다. 모바일뱅크인 씨티모바일을 꾸준히 개편하면서 자산관리(WM) 전문 대형점포를 구축하는 방식이다.


최근 씨티은행은 분당중앙센터를 비롯해 7곳의 대형WM센터를 오픈했다. 2020년까지 고액자산가들이 많이 거주하는 거점지역에 대형WM센터를 열고 신규고객의 80%를 디지털채널로 유치할 계획이다.

◆점포 줄여 비용절감, 순이익 커져

지난 1년간 박 행장의 점포실험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줄어든 점포만큼 임차료 등 관리비용이 줄어 약 100억원을 절감해서다.


지난해 7월 씨티은행은 기존 영업점 중 90곳을 한꺼번에 폐점(남은 지점 44곳)했다. 그 결과 지난 1분기 씨티은행의 당기순이익은 7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7% 늘었다.

/사진=씨티은행

지난해 4분기보다 2.1% 증가한 수준으로 비용절감이 주효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계 SC제일은행은 당기순이익이 8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4.3% 감소했다. 종업원급여를 합친 누적관리비가 20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2억원 늘어난 게 순익증가의 발목을 잡았다.
박진회 행장은 “소비자금융 영업모델을 변경해 지속성장 가능성을 보여줬고 견고한 실적을 확인했다”며 “디지털환경에 맞춰 점포 축소, 판관비 절감 등에 계속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구조조정 없이 점포축소 효과를 거둔 점도 눈길을 끈다. 씨티은행은 점포에서 나온 직원들을 고객가치센터, 고객집중센터, 자산관리센터 등에 재배치했다. 금융감독원의 공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직원 수는 3526명으로 지난해 1분기 3536명보다 10명 줄었다.

씨티은행이 2012년부터 신입공채를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점포축소에 따른 인력 이탈은 적었던 셈이다. 실제 영업점에서 일하던 직원들은 대거 WM센터로 이동했다. WM센터는 고객의 니즈에 발맞춰 씨티은행의 WM리더들이 팀을 구성, 고객을 직접 방문하거나 센터에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50~70명이 정도가 근무하며 자산관리 전문성도 갖췄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WM센터 추가 개설과 디지털 채널 투자 확대로 2020년까지 자산관리서비스에서 목표 고객을 50% 늘리고 투자자산 규모도 2배로 증가시킬 것”이라며 “앞으로 은행 수익성 측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점포축소 제동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난 1년간 씨티은행은 점포축소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얻었지만 금융당국이 은행의 점포 폐쇄에 제동을 걸면서 앞으로 몸집 줄이기가 어려워졌다. 당국의 강화된 규제 안에 지난 1년간 성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은행이 지점 폐쇄 전 고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폐쇄 후 대책 등을 담은 모범규준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금감원은 은행연합회와 은행과 협의해 은행 점포 폐쇄를 직접 제한할 수 없지만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포에 고객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등 모범규준을 만들 계획이다. 사실상 은행의 점포폐쇄를 억제하는 ‘자율규제’다.
현행법상 은행의 점포 신설 및 폐쇄는 개별은행의 자율에 따른다. 1998년 이전까지 은행 지점 신설 및 폐쇄 시에는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했지만 이후 사후 신고제로 바뀌었다. 2000년부터는 은행 경영권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마저도 폐지됐다.

은행권은 자율경영 원칙에 금감원이 지나치게 간섭한다고 난색을 표한다. 특히 씨티은행발 대규모 점포축소로 모범규준이 나오는 만큼 씨티은행에는 더 민감한 규제다.

금감원 측은 “급격한 점포 폐쇄에 따른 소비자 불편 및 일자리 축소 등 논란을 사전에 최소화해야 한다”며 “점포를 줄이는 건 은행의 경영 판단으로 막을 수 없지만 연내 모범규준을 만들어 급격한 점포축소를 지양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점포축소는 박 행장에게도 의미가 있다. 2014년 10월 씨티은행장에 취임한 그는 점포를 축소한 성과에 힘입어 지난해 9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 결과 올해로 임기 5년 차에 접어들어 은행권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에 이름을 올렸다.

박 행장이 남은 임기를 순항하려면 통폐합한 점포의 인력과 공간의 효율화가 필요하다. 최근 시중은행도 자산관리 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영업채널을 거점화하고 소규모 지점을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거점 점포는 수익 창출 역할을 맡고 대고객 단순 서비스가 필요한 점포는 인력·공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은행 접근성을 유지하기 위해 점포를 줄일 수 없다면 각 점포의 특성에 맞게 인력과 공간을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며 “씨티은행이 빠른 판단으로 점포축소에 성공했지만 점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53호(2018년 8월15~2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