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이 공간을 만났다. 본연의 기능만 수행하는 데 그쳤던 TV, 냉장고, 세탁기 등 여러 제품이 디자인을 입고 가구처럼, 때로는 예술작품처럼 소비자의 일상 공간으로 스며든다. 가전업계도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주목해 제품의 인테리어 가치와 공간 사용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가전의 발전 방향이 기술과 기술, 기술과 제품을 넘어 공간과의 융합으로 확장된 것이다.
가전제품은 소비자의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됐으며 가정 안에서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만큼 집안의 인테리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가전의 인테리어 가치를 주목해왔고 최근 각종 소품을 이용해 집을 꾸미는 ‘홈퍼니싱’의 인기와 맞물려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한 가전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가구·예술과 만난 가전
첫 제품 라인업은 ▲냉장고 ▲가습공기청정기 ▲오디오 ▲TV다. 이 제품들은 가전과 가구의 경계를 허물었다. 가령 40ℓ 용량의 냉장고는 협탁처럼 생긴 데다 윗면에 무선 스마트폰 충전장치도 있어 침대 곁에 두고 음료나 화장품 등을 보관하기에 적합하다. TV는 3단 수납장과 사운드바가 결합돼 좁은 공간에서 TV이자 수납장으로 효율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소비자의 입맛대로 공간 어느 곳에나 활용할 수 있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이번 제품에 대해 “대부분 주방과 거실에 가전제품이 있고 침실과 욕실에는 가전제품이 없다”며 “침실의 경우 가구로 채워져 있어서 가전과 가구를 결합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 2년 전 콘셉트를 잡고 개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소비자들이 가구와 가전을 모두 느낄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 가구 트렌드와 소재에 대한 심층 조사를 비롯해 최적의 원목 선정, 우수한 원목 확보를 위한 가공방법까지 관리했다. 세계적인 산업디자이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참여해 디자인의 완성도도 높였다. LG전자는 가구와 가전 콘셉트를 바탕으로 ‘LG 오브제’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TV와 예술을 결합해 거주공간을 아트갤러리로 만든다. TV는 42인치에서 55인치로, 다시 65인치 이상으로 주력 제품의 크기가 점차 커지면서 거실에서 차지하는 공간 또한 넓어졌다.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 TV는 ‘아트 모드’를 적용해 꺼져 있을 때도 그림·사진 등의 예술 작품을 보여준다.
또한 베젤이 마치 액자의 틀과 같은 ‘프레임 디자인’을 적용해 한폭의 명화를 걸어놓은 듯한 인상을 준다. ‘투명 광케이블’과 ‘원커넥트 박스’로 복잡한 선도 감췄다.
삼성전자는 이른 시일 안에 TV를 켰을 때는 대형 화면으로 이용하다가 끄면 투명하게 변해 창문처럼 사용할 수 있는 TV도 선보일 전망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독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유럽연합 지식재산권 사무소(EUIPO)에 ‘더 윈도우’라는 이름의 상표권을 TV 항목에 등록했다.
◆공간과 조화에 방점
중견·중소기업도 제품에 디자인을 입혀 공간과의 조화를 추구한다. 대우전자의 인테리어 TV ‘허그’는 좌우 라운드형 프레임에 TV 테두리뿐만 아니라 뒷면까지 크림 화이트 컬러를 적용했고 실내 공간 분위기에 따라 벽걸이형 혹은 스탠드형으로 설치할 수 있다. 스탠드의 경우 소비자가 디자인 취향이나 설치 공간의 상황에 맞춰 선택적으로 연출할 수 있게 두가지 타입을 제공한다.
레트로(복고풍) 디자인을 적용한 제품도 인기다. 대우전자의 ‘더 클래식’ 냉장고·전자레인지 판매량은 올 상반기 기준 전년보다 각각 20% 이상 증가했다. 계열사인 대유위니아도 소형 냉장고 프라우드S와 소형 김치냉장고 딤채 쁘띠 등의 판매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최근 전기압력밥솥 딤채쿡 레트로, 위니아 전기주전자 등 복고 가전 제품군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 가치가 높은 가전은 단순히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서 공간의 효율성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며 “일반적인 가전제품은 교체주기가 길지만 소비자의 취향을 철저히 분석한 디자인 가전은 집을 꾸미는 데 적극적인 홈퍼니싱족 증가, 디자인만 마음에 들면 비싼 가격에도 지갑을 여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 확산 추세와도 맞아 떨어져 꾸준한 수요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66호(2018년 11월14~20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