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경쟁력 제고안 핵심 의제로
삼성카드만 반대하는 이유
지난해 말 기준 3.7배 ‘유일’
전문가들, ‘완화’ 한목소리
당국 “신중히 결정할 계획”
삼성카드 “건전화 조치 우선”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에 대한 ‘당근책’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인 가운데 ‘레버리지 비율 완화’ 여부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각개전투에 나섰던 카드사들이 입장을 모아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해달라고 한목소리로 건의했지만 삼성카드가 뒤늦게 발을 빼면서다.
업계와 금융정책 전문가들이 이 건의사항이 카드사 경쟁력 제고의 핵심 과제로 꼽는 만큼 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는 이르면 다음주 실무회의를 열고 카드업계가 공동으로 건의한 과제의 실현 타당성을 논의할 전망이다. 당국의 계획대로 이달 안에 제도 개선안을 내놓으려면 늦어도 오는 18~22일 실무회의를 가져야 한다. 앞서 전업 카드사들은 지난달 말 업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과제 12개를 선정, 금융당국에 건의했다.
그런데 12개 공동과제 중 ‘레버리지 비율 완화’ 항목을 두고 삼성카드가 돌연 반대 입장으로 선회하며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개별 카드사로부터 총 60여개의 제도개선안을 받은 당국이 카드업계에 의견을 모으라고 한 결과 업계가 12개 공동 의제를 선정해 당국에 최종 건의했는데 삼성카드가 이 항목에 대해서만 반대를 하고 나서면서다.
레버리지 비율이란 총자산에서 자기자본을 나눈 값으로 카드사는 이를 ‘6배 이내’로 맞춰야 한다. 총자산을 자기자본의 최대 6배까지만 두고 사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채 등 여신으로만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카드사들이 과도한 외부 차입으로 외형 확대경쟁을 벌이는 걸 차단하기 위해 2011년 6월 도입됐다.
카드업계는 이 비율을 또 다른 여신전문금융업계인 캐피털사와 동일한 ‘10배 이내’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하지만 삼성카드가 레버리지 비율 완화 시 무수익자산 증대, 대출 증대 등으로 이어져 결국 업계 건전성이 악화된다며 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규제 완화에 앞서 건전성 제고 방안을 먼저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삼성카드가 입장을 선회한 이유가 영업 운신의 폭이 가장 넓어 올해와 내년을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기회’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카드로선 오는 5월 코스트코 가맹계약이 해지되는 등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한데 레버리지 비율 규제가 완화되면 다른 카드사의 영업 확대 기회가 커져 상대적으로 점유율은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어 반대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카드 측은 “코스트코와 가맹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점유율은 0.5%포인트 정도만 빠진다. 외형확대 문제가 레버리지 비율 완화를 반대하는 주된 이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현재의 레버리지 비율 아래에선 삼성카드가 외형을 확대하기 가장 유리하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요 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비율은 삼성카드를 제외하고 모두 5~6배 수준이다. 우리(5.99배), 롯데(5.83배), KB국민(5.21배), 하나(5.14배) 등이 전년 말 대비 0.15~0.75배 늘어나며 5배 이상의 수준을 나타냈다. 현대카드는 전년대비 0.4배 줄었지만 5.01배를 보였다. 다만 현대카드는 지난해 7월 신종자본증권 3000억원을 발행한 효과를 제외하면 연말 기준 5.5배를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말 4.94배로 견조한 수준을 보였지만 전년대비 0.73배 늘어났다. 반면 삼성카드는 전년대비 0.11배 줄어든 3.70배에 불과하다.
금융정책 전문가들은 당국이 금융개혁을 통해 핀테크(금융기술) 육성에 본격 나선 상황에서 카드사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레버리지 비율을 캐피털업계 수준(10배) 만큼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명식 상명대 교수는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했던 2000년대 초중반과 달리 카드업권의 건전성은 꾸준히 개선돼 왔다”며 “카드산업이 여러 규제를 넘고 투자 기회도 늘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레버리지 비율 완화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산출해봐야 알겠지만 최소 8배에서 최대 12배까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출 등 손쉬운 영업을 줄이고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당국은 여러 신기술 업종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투자형 기술금융’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레버리지 비율을 그대로 두는 건 어폐”라고 진단했다. 현재 적용 수치인 ‘6배’는 2003년 카드사태 당시의 위기상황 및 국제 기준을 적용해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로 산출한 결과다.
당국은 신중히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각에선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하면 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가계부채 증가율 한도(전년대비 7%)를 정하고 있어 그 둘의 연관성은 크지 않다”며 “그럼에도 레버리지 비율을 완화하면 대출에 대한 규제 역시 완화하는 것 아니냐는 잘못된 시그널이 될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TF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해 신중히 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가계대출총량 규제가 있지만 ‘7% 룰’은 연간 기준으로 돼있어 카드사들이 이를 악용해 비정상적인 카드론 영업을 하고 있다”며 “카드사 건전화에 대한 조치가 우선되면 레버리지 비율 완화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