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설과 함께 경자년 '하얀 쥐의 해'가 밝았다. 해마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는 축구계에도 경자년을 맞아 본격적인 도약을 꿈꾸는 쥐띠 선수들이 즐비하다.

갈수록 선수들의 발굴 연령이 어려지면서 선수들의 전성기도 빨라지고 있다. 젊은 나이에 이미 각 소속팀에서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올라선 해외 쥐띠 선수들. 2020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는 96년생 외국 선수들을 소개한다.

토트넘 홋스퍼의 공격형 미드필더 델레 알리. /사진=로이터

◆델레 알리 : 주목받는 신성, 이제는 핵심으로
1996년생 대표주자 중 한명인 델레 알리의 생일은 4월11일이다. 만으로 아직 23세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프로에 데뷔한 지 올해로 8년째다. 알리가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잉글랜드의 주목과 기대를 받아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12년 MK돈스에서 데뷔한 알리는 어린 나이에도 과감하고 당돌한 플레이와 축구 센스로 주목받았다. 2014-2015시즌에는 리그컵에서 강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맞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4-0 대승을 가져가는 데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알리는 MK돈스에서의 마지막해였던 해당 시즌에 총 44경기에 출전, 팀이 3부리그(리그1)에서 2부리그(챔피언십)로 승격하는 데 공헌했다.

알리의 '꽃길'은 토트넘 홋스퍼 이적 이후에도 이어졌다. 특유의 공격적인 재능이 빛을 발하며 입단 동기인 손흥민을 비롯해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그 유명한 'DESK'(데스크)라인을 구축했다. 토트넘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에서만 147경기에 출전해 48골32어시스트를 기록, 팀에 빠져선 안될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그간 상대적으로 해리 케인에게 집중된 팀 전술과 에릭센의 존재, 더불어 부진할 땐 지나치게 침체되는 기복이 알리의 발목을 잡았다.

2020년은 알리에게 새 도약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우선 지난해 말 새롭게 부임한 조세 무리뉴 감독이 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팀에서 절대적인 존재감을 보였던 케인이 장기 부상으로 이번 시즌 복귀가 불투명하다. 에릭센은 이적이 확실시되면서 의욕과 실력을 동시에 잃었고 손흥민을 제외한 지오바니 로 셀소, 에릭 라멜라 등 여타 2선 자원들은 번뜩이는 활약이 미미하다. 알리에게 중요한 판이 깔렸다. 남은 시즌 탄력을 받아 팀을 위기에서 끌어올린다면 그동안의 활약 속에도 마지막에 붙은 물음표를 완전히 떼어낼 수 있다. 

RB 라이프치히 공격수 티모 베르너는 이번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 순위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사진=로이터

◆티모 베르너 : 월드컵 부진은 잊어라… 신흥 강호 우승도전 '첨병'
우리나라 축구팬들에게 티모 베르너는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그 공격수'로 가장 많이 기억될지도 모른다. 베르너는 국제축구연맹(FIFA) 2018 러시아월드컵에서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낙점받았다. 하지만 멕시코와 스웨덴, 한국을 연이어 만나는 조별예선 기간동안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서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며 전 대회 챔피언 독일의 조별예선 탈락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메이저대회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베르너는 여전히 독일이 큰 희망을 걸고 있는 차세대 공격수다. 베르너는 빠른 발과 깔끔한 결정력으로 분데스리가 내에서 어느새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슈투트가르트 최연소 출전기록(당시 17세4개월25일)을 갈아치우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본격적인 진가는 2016년 RB라이프치히로 이적하면서 빛을 발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빠르고 날카로운 축구를 선보인 랄프 하센휘틀 감독을 만나면서 베르너의 능력이 폭발했다. 첫 시즌 21골을 터트리며 득점순위 4위를 기록,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베르너는 다음시즌 13골, 2018-2019시즌 16골로 숨을 고른 뒤 이번 시즌 잠재력을 완전히 폭발시키고 있다. 18라운드 기준 20골을 기록해 '인간계 최강'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베르너의 활약에 힘입은 라이프치히는 18라운드 기준 12승4무2패 승점 40점으로 분데스리가 1위에 자리했다. 창단 첫 분데스리가 우승의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리그에서의 활약으로 이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등 명문 구단에서 베르너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퍼지고 있다.

베르너에게 이번 시즌 주어진 숙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라이프치히의 첫 분데스리가 우승, 두번째는 유로2020이다. 독일은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굴욕을 겪었다. 오는 여름 예정된 유로2020에서 설욕을 노리고 있다.

여전히 막강한 독일의 선수진이지만 최전방 공격수는 고민이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와 마리오 고메스 이후 믿고 맏길 만한 원톱 공격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베르너 역시 월드컵 이후 국가대표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리그에서의 활약에 비춰볼 때 베르너의 유로2020 대표팀 승선 가능성은 높다. 2년 가까이 갇혀 있는 국가대표 트라우마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레스터 시티 수비수 벤 칠웰은 오는 여름 열리는 유로 2020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승선이 유력하다. /사진=로이터

◆벤 칠웰 : 풀백의 시대 맞이한 '포스트 애슐리 콜'
레스터 시티의 왼쪽 측면수비수 벤 칠웰은 앞서 언급한 선수들에 비해선 두드러진 임팩트를 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풀백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현대 축구판에서 칠웰의 존재감은 향후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대체 불가로 다가올 공산이 크다. 

칠웰은 레스터 시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난 2015년 10월 헐시티와의 리그컵 경기로 데뷔한 칠웰은 약 2개월 간 잠시 허더스필드 타운으로 임대를 떠났다. 이후 레스터로 복귀한 칠웰은 팀이 기적같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일궈내는 걸 지근거리에서 경험했다. 레스터 우승이 낳은 여러 유산 중 하나인 셈이다.

칠웰은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과 레스터 시티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성장했다. 특히 수비력과 드리블 면에서 급성장을 보이며 공수 양면에서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여줬다. 칠웰은 우승 멤버인 크리스티안 푸흐스를 제치고 점차 출전시간을 늘려갔다. 특히 2016-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2경기, 24경기, 36경기로 12경기씩 출전시간을 늘린 점이 이채롭다. 2018-2019시즌 확실히 레스터 주전 왼쪽수비수로 올라선 칠웰은 이번 시즌에도 리그 23경기 중 18경기에 출전하며 팀의 돌풍에 일조하고 있다.

풀백 포지션은 현대 축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포지션이다. 치열할 정도의 전방 압박과 간결한 패스플레이가 유행인 상황에서 팀의 공격과 수비에 모두 일조할 수 있는 유능한 풀백은 선수 1명의 존재감 그 이상을 발휘한다.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와 앤드류 로버트슨을 보유한 리버풀이 유럽 최강 자리에 올라선 게 대표적인 예다.

아직 보완할 점이 있지만 칠웰 역시 공수밸런스를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가 주목하는 풀백 자원으로 올라섰다. 이미 과거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왼쪽 풀백 애슐리 콜을 품었던 첼시가 이번엔 칠웰의 영입을 노린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도 경쟁자로 손꼽히던 루크 쇼와 대니 로즈의 부진이 겹치며 지난 2018 FIFA 러시아월드컵 이후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는 점과 안정적인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향후 칠웰은 알렉산더-아놀드와 함께 잉글랜드의 10년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울버햄튼 원더러스 공격수 아다마 트라오레는 차근차근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사진=로이터

◆아다마 트라오레 : 맨시티의 주목받는 근육남
거친 리그로 정평이 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주목받는 '거친 야생남'이 있다. 우람한 근육과 압도적인 속도를 바탕으로 연일 임팩트를 터트리는 아다마 트라오레가 주인공이다.

FC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트라오레는 어린 시절부터 빠른 속도로 주목받았던 특급 윙어다. 하지만 속도에 비례하지 못하는 골결정력과 발기술 등으로 일찌감치 잉글랜드 무대로 넘어왔다.

트라오레는 2015년 아스톤 빌라로 이적한 뒤 2016년 미들즈브러로 팀을 옮겼으나 매 시즌 이적한 팀이 모두 강등되는 불운을 겪었다. 그럼에도 트라오레는 2017-2018시즌 미들즈브러 소속으로 40경기에서 5골12어시스트를 기록하는 활약을 선보이며 다음해 울버햄튼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했다.

첫 시즌 29경기 1골에 그친 트라오레는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고 있다. 특유의 피지컬과 속도에 더해 기술까지 장착한 뒤 22경기에서 4골을 기록 중인데, 이 중 3골을 전 시즌 챔피언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뽑아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트라오레에게 호되게 당한 과르디올라 감독이 영입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빠른 시일 내에 그가 빅 클럽으로 이적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해 말에는 생애 처음으로 스페인 대표팀에 발탁됐다. 오는 유로2020에서의 발탁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2년 전 고작 20만유로(약 2억5000만원)에 울버햄튼 유니폼을 입었던 트라오레에게 밝은 한 해가 찾아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