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사진=임한별 기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외국계 은행인 씨티은행이 금융감독원이 권고한 키코(KIKO) 배상안을 거부했다. 12년 만에 키코사태를 매듭 지으려던 금융당국은 머쓱한 상황이 됐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작년 12월 정한 키코 배상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 등 키코를 판매한 6개 은행에 대해 피해 기업 4곳에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150억원, 우리은행 42억원, 산업은행 28억원, 하나은행 18억원, 대구은행 11억원, 씨티은행 6억원 순이다.


현재 우리은행만 키코 기업에 배상했고 씨티은행은 이사회를 열어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산업은행도 법무법인의 법률의견 등을 참고해 심사숙고한 결과 수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배상 권고를 받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등도 금감원 조정안에 부정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규정상 분조위 조정안은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이 아니라 은행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 때문에 은행들은 배임죄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에 금감원 조정안을 선뜻 수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키코 계약이 무효·사기라는 기업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은행 손을 들어줬다.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10년)가 지난 사안에 대해 은행이 배상해주면 주주 이익을 해치는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서다. 


금융권에선 윤석헌 금감원장의 키코 배상 추진에 대해 "시작부터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2017년 금융행정혁신위원장 시절 금융위원회에 키코 재조사를 요구했던 윤 원장은 이듬해 금감원장 취임 직후부터 키코 문제의 원점 재조사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소비자보호를 위한 것이고 배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은행이 배상을 했다가 나중에 배임 혐의를 받았을 때 금감원이 뒷감당을 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며 "이번 키코 사례에서 윤 원장이 과도하게 추진했다는 것이 입증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