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끝내 홍콩의 자치권을 잠재적으로 축소시키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초안을 통과시켰다.

미국과 중국은 앞서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갈등의 골이 크게 깊어졌다. 여기에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밀어붙이며 홍콩이 두 나라의 새로운 전쟁터로 떠오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회의에서 안건에 표결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홍콩보안법 대체 뭐길래… 대규모 시위 우려
중국 제13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28일 제3차 전체회의를 열고 홍콩보안법을 찬성 다수로 가결했다.
중국 정부는 보안법 전문에서 "일국이제 제도 체계를 견지하고 보완하며 홍콩의 장기 번영과 안정을 유지하고 홍콩 주민의 합법적 권익을 보장한다"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조항으로 내려가면 내포하는 의미가 다소 달라진다.

우선 1조에서는 "국가(중국)는 홍콩특별행정구의 국가 안전을 지키는 법적 제도와 집행 메커니즘을 건실하게 구축하고 국가안전을 해치는 행위와 활동을 법에 따라 예방, 방지, 처벌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중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보다 강력한 조치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어 2조에서는 중국을 제외한 해외 세력이 홍콩과 관련된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금지시켰고 4조에서는 "중앙정부 국가안보 수호 유관기관은 필요에 따라 홍콩에 기구를 설치하고 법에 의거해 국가안보와 관련된 직책을 수행한다"라고 적었다. 중국 당국의 안보를 내세워 홍콩에 직접적인 기구를 설치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홍콩의 국가안보 유지를 위한 법 제도의 제정과 집행 법률을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만들도록 규정했다.

지난 27일 홍콩에서 일어난 보안법 통과 반대 시위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친중국 인사로 구성된 홍콩 행정부는 보안법에 긍정적이다. 행정부 2인자인 매슈 청 홍콩 정무사장은 이날 전인대 개최 전 미국 'CNN'과 인터뷰를 갖고 "홍콩 인구의 99.99%는 (보안법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미 홍콩은 지난해 중국과 홍콩 행정부가 추진한 범죄인 송환법으로 진통을 겪었다.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한 달 이상 폭력사태가 줄을 이었다.

홍콩 시민들은 전인대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에도 가결 반대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자정이 넘도록 이어진 시위에서 경찰들은 시민 360여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보안법이 정식으로 통과되면서 '제2의 홍콩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국의 홍콩 자치권 침해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사진=로이터

자유도시 홍콩, 미·중 갈등 새로운 장 되나
중국의 노골적인 홍콩 자치권 개입 시도는 국제사회의 반발을 불러왔다. 이미 영연방 국가인 영국과 호주, 캐나다 외무장관들이 유럽연합(EU)를 향해 '홍콩 자치권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런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부임 이후 줄곧 무역과 경제 문제를 놓고 갈등 구도를 이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이후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중국 책임론'을 내세우며 골이 깊어졌다.

미국 정부는 홍콩 자치권 문제가 불거지자 앞장서서 중국을 비판해왔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27일 성명을 통해 "홍콩이 지난 1997년 7월 이전에 미국이 적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의 미국법에 따른 처우를 계속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오늘 의회에 증명했다"라고 밝혔다.

미 하원은 지난해 국무장관이 매년 홍콩의 자치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홍콩인권법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날 성명은 폼페이오 장관이 해당 법에 따라 홍콩의 자치 상황을 평가하고 보고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홍콩 자치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홍콩에 내준 경제적 특권을 회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미국은 한 때 자유롭고 번창한 홍콩이 권위주의적인 중국에 본보기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중국이 홍콩을 자신을 따르는 본보기로 만들고 있음이 명백하다"라며 "미국은 스스로 약속했던 자치권을 점점 더 부정하는 중국 공산당에 맞서 투쟁하는 홍콩 시민의 편에 선다"라고 못박았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도 백악관이 중국 공무원들에 대한 제재와 홍콩 무역 특권 철회 등의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은 콧방귀만 뀐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CII(China International Institute)의 루안 정제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이런 대처는 이미 예견했던 것이다. 이는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는 헛된 노력"이라며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이미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정제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중국의 법안 통과에) 얼마나 강하게 나가야 하는지 다소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미국은 홍콩에 대한 특별 경제 조치를 철회할 수 없다. 이는 곧 미국 내에서 홍콩에 대한 관심을 사라지게 만드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