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아시아권 축구팬들은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있다. 단순히 월드클래스급 선수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서 손흥민은 현시점 아시아가 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선수다. 선수 경력에서 전성기 시점에 다다른 손흥민은 이번 시즌 커리어 하이를 노린다.
2019-2020시즌은 유독 손흥민에게 사건사고가 많았다. 부정적인 일과 긍적인 일이 공존했다.
우선 개막 시점부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 시즌 말미 본머스전에서 당한 퇴장 판정의 징계 때문이었다. 복귀 이후 본격적으로 활약에 시동을 걸었으나 지난해 11월 에버튼 미드필더 안드레 고메스에게 가한 태클로 물의를 빚었다. 고의성 여부를 떠나서 고메스가 발목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고 손흥민은 퇴장 판정을 받았다.
그 사이 '은사'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팀을 떠나고 조세 무리뉴 감독이 새로 부임했다. 감독이 교체되는 사이에도 꾸준히 성적을 냈지만 이번에도 퇴장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첼시전에서 상대 수비수 안토니오 뤼디거에게 보복성 행위를 했고 또다시 경기 도중 퇴장을 받았다. 이날 레드카드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년 사이 3번의 퇴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해를 넘겨서는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지난 2월 열린 아스톤 빌라와의 경기에서 경기 시작 1분 만에 상대 수비수와 부딪혀 오른쪽 팔에 골절상을 입었다. 손흥민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고 회복하는 사이 프리미어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3월 중순 멈춰섰다. 부상 전까지 공식전 5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등 절정의 폼을 보이고 있었던 만큼 골절상과 코로나19 휴식기가 더욱 아쉬웠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이번 시즌 긍정적인 성과를 여럿 남겼다.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더 대단한 활약을 선보이며 복귀했다. 지난해 11월에는 2골4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 후보에 올랐다. 세계 최고의 선수를 뽑는 '발롱도르' 시상식에서도 최종 22위에 오르며 아시아 축구의 역사를 다시 썼다. 기존 발롱도르 아시아 선수 역대 최고 순위는 2007년 이라크의 유니스 마흐무드(29위)였다.
생애 다시 기록하기 힘든 원더골도 작렬했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열린 번리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전반 32분 아군 진영에서 공을 잡은 뒤 상대 문전까지 무려 80여m를 단독 돌파해 골을 터트렸다. 과거 리오넬 메시나 디에고 마라도나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기록한 골을 연상시키는 대단한 작품이었다. 손흥민의 골은 올해 3월 열린 제6회 런던풋볼어워즈에서 '올해의 골' 부문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프리미어리그 올해의 골도 노려볼 만하다.
이제 관심은 리그 재개 이후 손흥민의 활약 여부다. 손흥민이 토트넘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함은 이미 증명됐다. 토트넘은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을 당한 지난 1월 이후에도 손흥민과 루카스 모우라를 대체 원톱으로 기용하며 버텼다.
하지만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진 다음에는 공격에서 구심점을 잃어버리며 추락했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리그에서 1무2패를 당하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잉글랜드 FA컵에서도 나란히 탈락했다. 단순한 수치 그 이상으로 손흥민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했다.
리그가 재개되면 손흥민은 당분간 해리 케인, 스티브 베르흐베인 등과 붙박이 주전으로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 조세 무리뉴 감독은 18일(이하 한국시간) 가진 사전 기자회견에서 케인과 손흥민을 모두 선발 출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재개 이후 빠듯한 일정이 잡혀있으나 교체카드가 5장까지 늘어난 만큼 무리뉴 감독은 최대한 손흥민을 활용하는 한편 에릭 라멜라, 루카스 모우라 등을 적극 교체하며 체력을 안배할 것으로 점쳐진다.
손흥민이 리그에서 토트넘 입단 이후 커리어 최고 기록을 세울지도 주목된다. 몰아치기에 능한 손흥민인 만큼 짧은 기간 여러 경기를 펼치는 것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 데는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21경기에 나서 9골7도움을 기록했다. 남은 9경기를 모두 출전한다면 13골가량을 기록할 수 있는 수치다. 손흥민이 역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인 시즌은 지난 2016-2017시즌의 14골6도움(34경기)이었다. 이미 도움 기록은 한 시즌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손흥민이 빠르게 몸 상태를 회복해 부상 직전의 골 감각을 그대로 이어간다면 리그 15골 이상을 터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토트넘은 29라운드 현재 11승8무10패 승점 41점으로 리그 8위에 머물러 있다.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여부가 불투명하다. 팀의 챔피언스리그 진출과 본인의 기록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는 손흥민이다. 이번 시즌 내내 이어졌던 악재를 손흥민이 마지막에 웃으며 보답받을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시선이 그의 발끝으로 모인다.
토트넘은 오는 20일 새벽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 재개 첫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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