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가 풍부한 경험을 자랑하는 외야수 브랜든 반스를 영입했다. 한용덕 감독 부임 아래 하나의 기준처럼 됐던 '육성형 외인'의 기치가 역사상 최악의 부진 속에서 저물어가고 있다.
한화 구단은 22일 KBO에 외야수 제라드 호잉을 웨이버 공시하고 반스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반스는 여러 부분에서 호잉과 비교할 수 없는 지표를 자랑한다. 2005년 6라운드 194순위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지명된 반스는 2012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이후 콜로라도 로키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치며 484경기에서 20홈런 102타점 0.242의 타율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0.357, OPS(장타율+출루율)는 0.647이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74경기 1홈런 12타점 0.220의 타율이 전부였던 호잉과 빅리그 경험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
마이너리그 성적도 출중하다. 반스는 지난해까지 마이너리그 1194경기에 출전해 154홈런 638타점 0.262의 타율을 남겼다. 최근 2시즌 동안에는 트리플A에서 44홈런 176타점을 쓸어담았다. 통산 마이너리그 장타율은 0.444에 OPS는 0.768이다. 2010시즌 이후 2015시즌(7도루)을 제외하면 매 시즌 두자릿수대 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마이너 통산 852경기에서 111홈런 434타점 0.260의 타율을 남긴 호잉과 기록 면에서는 엇비슷하지만 상대적으로 호타준족보다는 거포형에 가깝다.
한화 구단 역시 반스의 장타력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시즌 한화는 팀타율(0.233)과 팀홈런(24개), 장타율(0.329) 등에서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달린다. 득점권 팀타율 역시 0.240으로 10위다. 필요한 순간 한 방을 터트릴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하다.
한화 구단은 반스에 대해 "장타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타점 생산능력을 자랑한다"며 "반스가 특유의 장타력으로 팀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호잉의 방출은 한화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한화는 지난 2018시즌을 앞두고 한용덕 전 감독이 부임하며 이른바 '육성형 외인'을 기준으로 제시했다. 팀 전체 리빌딩을 선언한 한 전 감독은 외인 역시 긴 시간을 두고 성장하며 오랜 기간 함께할 수 있는 선수를 원했다. 메이저리그 성적이 다소 부족했던 호잉이 한화 유니폼을 입게 된 배경이다.
이런 기준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 한 전 감독 체제 첫 해 호잉은 30홈런 110타점 0.306의 타율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1991년생 투수 키버스 샘슨도 13승8패 4.68의 평균자책점으로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 두 선수의 활약은 한화가 11년 만에 가을야구로 진출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이듬해 새로 팀에 합류한 투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도 이같은 기준 아래에서 영입된 선수들이다. 특히 서폴드는 지난 시즌 12승(11패)으로 팀 내 최다승을 거둔 데 이어 이번 시즌에도 팀 내 최다승(4승), 최다이닝(58⅓), 선발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3.39) 등 에이스로 거듭났다.
하지만 구단 역사상 최악의 부진 속에서는 이런 기준도 허상이 됐다. 호잉은 이번 시즌 34경기에서 4홈런 14타점 0.194의 타율로 극도의 부진에 빠졌다. 해결사 역할을 맡아줘야 할 외국인 타자가 1할대 타율을 보인 것은 구단 입장에서 치명적이다. 그 사이 한화는 구단을 넘어 KBO 역사상 최다 연패 타이 기록인 18연패(1995시즌 삼미 슈퍼스타즈)까지 몰렸다. 리그 순위는 10위에 머물렀다. 변화가 필요했고 결국 구단은 오랜 기간 미국 프로야구에서 잔뼈가 굵은 반스 영입을 결정했다.
한 전 감독 체제에서의 '육성형 외인'은 분명 일정 부분 성과를 냈다. 하지만 팀이 위기에 빠지고 본인의 약점이 갈수록 부각되자 선수들은 '극복'이라는 부분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저비용 고효율을 노리고 제시됐던 기준이 어느덧 고비용 저효율로 바뀌어버렸다. 기준을 제시했던 한 전 감독이 물러나면서 이런 선택도 사실상 실패처럼 귀결되는 모양새다. 2010년대 들어 거의 유일하게 성공적이던 외인 영입이 이 시기 몰려있음을 감안하면 한화 팬들에게는 호잉의 방출과 반스의 영입이 못내 시원섭섭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