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투수 김범수가 지난 25일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시즌 첫 선발승을 거뒀다. /사진=뉴스1

한화 이글스 투수 김범수가 준수한 투구 내용으로 팀 승리에 일조했다. 아픈 손가락이 어느덧 절망스런 팀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는 지난 25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9-2 대승을 거뒀다.

오랜만에 투타 모두 맹활약했다. 타선은 1회초 2번타자 내야수 정은원이 2점 홈런을 때려 앞서간 것을 시작으로 3회까지 8점을 뽑아냈다. 모처럼 시원한 공격이 터진 가운데 마운드에서는 선발로 나선 김범수가 6이닝 동안 6피안타 7탈삼진 3볼넷 2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틀어막았다. 뒤이어 등판한 안영명, 김진영, 신정락도 각각 무실점으로 김범수의 승리를 지켰다.


김범수는 이날 경기에서 무려 112개 공을 던지며 커리어 최다투구 기록을 경신했다. 기존에는 지난해 5월24일 두산 베어스전과 6월22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각각 104개씩을 던진 게 최다 투구였다. 김범수는 자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공을 던지며 선발로서의 경쟁력이 커졌음을 입증했다.

김범수는 그동안 한화 팬들에게 아픈 손가락과 같았다. 2015년 한화 1차 지명을 받은 뒤 KBO리그에서 153경기에 나선 김범수다. 팀 사정에 따라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왼손투수에 시속 150㎞까지 나오는 속구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성장세가 기대치를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 시즌 초반엔 선수 본인이 적극적으로 요청해 선발로 전환, 16경기에 나섰지만 3승8패 5.84의 평균자책점으로 '역시나' 하는 반응이 나왔다. 높은 볼넷 비율과 부정확한 변화구 구사 능력이 '좌완 파이어볼러'라는 장점을 갉아먹었다. 올해는 개막 직후 2경기에 불펜으로 등판했다가 2패 1이닝 2실점 9.00의 평균자책점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도 했다.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한화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장장 18연패라는 극도의 부진을 겪었다. 시즌 초반 힘을 냈던 장민재, 장시환, 김이환, 김민우 등 토종 선발들이 줄줄이 부진에 휩싸였다. 와중에 한용덕 전 감독이 사퇴하고 최원호 감독대행이 올라오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 이어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외국인 투수 채드 벨도 쉽사리 제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그동안 김범수는 소화 이닝 수를 점차 늘리며 팀 마운드의 버팀목으로 떠올랐다. 한화가 연패를 끊은 14일 두산과의 서스펜디드 경기에서는 3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3볼넷 1실점으로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19일 NC 다이노스전에는 선발로 등판해 오랜 이닝을 소화하지는 못했으나(4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2볼넷 3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2번째 선발 등판인 25일 삼성전에서 시즌 첫 선발승과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로 막는 것)를 기록하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다.

한화 선발마운드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두 외국인 투수 워윅 서폴드와 채드 벨을 제외하면 명확한 토종 선발 로테이션이 불분명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연패 기간 체력적, 심리적으로 난조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급성장한 김범수의 활약은 한화 덕아웃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