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글로벌뷰'는 뉴스1 국제부 기자들이 쓰는 '기자의 눈'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깊이 있는 분석과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 '덴쓰' 로고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최대 광고대행사 '덴쓰'(電通). '살인적 업무강도'로 악명 높은 이 회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국면 속에 다시 여론의 입길에 오른 일이 있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이 추진 중인 코로나19 관련 경제대책의 상당부분이 덴쓰와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현재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중소·자영업자에게 최대 200만엔(약 22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이른바 '지속화 급부금'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일본 정부는 이 사업의 지원 대상 선정 등 업무를 '서비스 디자인 추진 협의회'란 민간단체에 위탁했는데, 최근 이 단체의 실체가 "덴쓰의 '유령법인'"이란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덴쓰 직원 출신 A씨가 2016년 설립한 이 협의회가 일본 경제산업성으로부터 지속화 급부금 사업을 수주한 금액은 769억엔(약 8600억원). 그러나 협의회는 749억엔(약 8400억엔)을 주고 이 사업을 덴쓰에 맡겼고, 덴쓰는 다시 관련 광고 제작을 포함한 세부 업무를 자회사들에 맡기면서 645억엔(약 7200억원)을 줬다. 하청과 재하청 과정에서만 사업비용 124억엔(약 1400억원)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덴쓰는 앞서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고투'(Go to) 캠페인의 민간 사업자로도 유력시돼왔다. 그러나 '지속화 급부금' 관련 논란이 불거지면서 결국 일본 정부는 '고투' 캠페인 사업자 재공모를 실시해야 했다.

사실 덴쓰가 일본 정계, 특히 자민당과 끈끈한 유착관계를 이어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950년대부터 자민당의 선거 홍보전략 수립과 광고 제작 등을 도맡아 왔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도 과거 덴쓰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으며, 그 때문인지 2012년 말 아베 총리 재집권 뒤엔 한해도 빠짐없이 덴쓰 출신 인사들이 내각 관방 산하 '내각 홍보실'에서 근무해왔다. 내각 홍보실은 총리 관저의 인터넷 홍보 등을 담당하는 부서다.

특히 덴쓰가 최대 주주인 시청률 조사업체 비디오 리서치가 매일 공개하는 시청률 조사 자료는 방송사들의 광고 단가를 매기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에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선 "덴쓰가 아베 정권에 부정적인 방송 보도를 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자료사진> © 로이터=뉴스1

게다가 올 7월 개막 예정이던 도쿄올림픽 역시 덴쓰가 유치 준비단계에서부터 참여한 결과물 중 하나다.
덴쓰 전무 출신의 다카하시 하루유키(高橋治之)는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이사는 2013년 유치전 때 유치위 컨설턴트를 맡아 국제올림픽위(IOC) 관계자를 상대로 디지털카메라·손목시계 등을 선물해가며 직접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림픽의 일본 마케팅권과 아시아 미디어권을 독점하고 있는 덴쓰는 당시 "사운(社運)을 걸고" 도쿄올림픽 유치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유행으로 도쿄올림픽이 내년으로 1년 연기된 데다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최근 일본에선 덴쓰가 '직격타'를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치다 다쓰루(內田樹) 고베(神戶)여학원대 명예교수는 6일 웹진 '뉴스소크라'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이 취소되면) 덴쓰가 도산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며 '지속화 급부금' 관련 의혹도 결국 덴쓰의 자금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일본에선 연일 1000명대를 넘나드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보고되고 있는 상황.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이미 지난 4월 '긴급사태 선언' 발령 당시를 뛰어넘은 지 오래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코로나19와 확산과 관련해 "즉시 '긴급사태 선언'을 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며 방역과 경기활성화 대책을 병행하겠단 입장을 거듭 밝혔다.

아베 총리는 중증 환자 수가 4월보다 적은 데다 코로나19 환자용 병상도 충분히 확보돼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지만, 그보다는 우치다 교수가 지적했듯 덴쓰 문제 등 다른 '어른들의 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