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베이루트에서 한 할머니가 아수라장이 된 집안에서 조용히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한 할머니가 폭발로 폐허가 된 집안에서 조용히 피아노 연주로 마음을 달래는 모습이 화제가 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베이루트에 사는 메이 아부드 멜키(79)는 전날 초대형 폭발이 발생했던 당시 부재중이었다. 다음날 귀가한 뒤에야 그는 60년 동안 살아온 집이 폐허처럼 변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가구는 모두 파손돼 있었고 벽에는 구멍이 뚫렸으며 바닥 전체에 유리 파편과 잔해가 널려 있었다. 멜키의 집은 폭발 지점으로부터 불과 1.6㎞ 남짓 떨어져 있었다.

멜키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평소 애정을 쏟았던 결혼식날 아버지가 선물해준 피아노로 곧장 향했다. 자원봉사자 수십명이 난장판이 된 집안을 청소하는 가운데 그는 조용히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멜키가 연주한 곡은 스코틀랜드 가곡 '올드랭사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라는 가사로 유명하다. 그는 곧이어 아랍 찬송가도 연주했고 이를 들은 자원봉사자들은 자리에서 기도를 올리기도 했다.

폐허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멜키의 영상은 그의 딸이 촬영했고 손녀가 SNS로 공유하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이 영상은 레바논 사람들의 끈기 있는 정신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손녀 메이 리 멜키는 할머니의 영상이 "모든 절망 속에서 희망과 평화를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에 영상을 공유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할머니 멜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집은 내전에도 살아남았다. 총알이 관통한 적도 있었지만 몇 번이고 다시 재건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베이루트항에서 대규모 폭발이 발생해 최소 137명이 사망하고 5000여명이 다쳤으며 폭발현장에서 반경 약 10㎞ 이내에 있는 건물과 차량, 거리들이 피해를 입었다. 정확한 폭발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창고에 6년간 보관돼 있던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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