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호가 성남 입단 후 7번째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김남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성남FC는, 애초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공격수 영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시즌 초반 베테랑 양동현(34)과 새내기 홍시후(19)로 잘 버텼으나 한계와 아쉬움이 있었고 때문에 전방 보강을 계획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외국인 선수 수급에 제동이 걸린 탓이다. 대다수 팀들이 비슷하게 겪었던 고충인데, 이런 상황에서 성남은 빠르게 나상호로 타깃을 수정했다. 그리고 6월10일 "J리그 FC도쿄 소속의 국가대표 공격수 나상호를 올해 연말까지 임대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성남의 고위 관계자는 "외국인 공격수 영입하는 게 쉽지 않겠더라. 2주 격리도 해야하고... 그래서 국내에 들어와 있는 나상호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면서 "김남일 감독의 적극적인 영입 의지가 있었다. 관련해 김남일 감독은 "필요한 선수를 요구했는데 구단에서 성사시켜줬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은 목소리를 전했다.


나상호는 공격 쪽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이다. 윙어부터 2선 중앙까지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스쿼드가 풍족하지 않은 성남 입장에서는 더더욱 유용한 선수였다. 김 감독은 "다들 나상호라는 친구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치가 있을 것이다. 공격 쪽 보강이 필요했는데, 상호가 잘 채워줄 것이라 믿는다"고 기대를 표했다.

그런데 스스로 부담을 많이 느꼈던 탓일까. 6월27일 부산과의 경기에서 첫 선을 보였던 나상호는 7월 4경기를 거쳐 지난 8월1일 서울전까지 총 6경기에 나섰으나 단 1개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성남이 14라운드까지 단 10골 밖에 넣지 못하는 극심한 골가뭄에 시달렸던 원인 중 하나를 나상호의 부진으로 짚은 이들이 적잖았다. 하지만 김남일 감독은 믿음 속에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줬다. 그리고 드디어 7경기 만에 터졌다.

나상호는 9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5라운드 원정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멀티골을 기록, 2-0 승리를 견인했다. 조성환 감독이 부임한 후 정신무장을 단단하게 하고 나온 인천과의 부담스러운 일전을 승리한 성남은 4승5무6패 승점 17점이 되면서 11위에서 6위로 수직상승했다.


아직까지 시즌 승리가 없는 인천은 예상대로 강한 정신력으로 성남을 압박했고 경기는 팽팽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후반 12분 성남 쪽으로 기울어졌다. 양동현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나상호가 오른발로 감아찬 킥이 골대를 맞고 안으로 꺾여 들어갔다. 균형을 깨는 중요한 득점이자 나상호의 K리그 복귀골이었다.

실점 후 인천은 당연히 만회를 위해 공격 수위를 높였다. 성남 입장에서도 1점차 리드는 불안했는데 이를 해소해 준 이도 나상호다. 나상호는 후반 42분 골킥이 길게 전방으로 향한 것을 기민하게 움직여 잡아낸 뒤 수비수 2명을 앞에 둔 상황에서 빠르고도 부드러운 오른발 슈팅으로 다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프리킥 하나 필드골 하나, 부진을 털어버리는 완벽한 활약상이었다.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 소집을 앞둔 상황에서 나온 나상호의 활약이라 더 고무적이다. © 뉴스1

소득이 다양하다. 가장 큰 것은 나상호 스스로 무거운 짐을 덜어냈다는 점이다. 그 누구보다 나상호 자신이 많은 기대를 받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공격수 입장에서 아무리 플레이가 좋아도 공격 포인트가 나오지 않으면 쫓길 수밖에 없었는데 한방에 털어버렸다. 김남일 감독도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됐다.
사실상 팀 공격진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면서 데려온 선수가 계속 침묵하게 된다면 사령탑 입장에서는 괴로울 수밖에 없다. 특히 수비력은 경쟁력이 있으나 창이 워낙 무디다는 지적이 많았기에, 감독 입장에서는 나상호의 침묵이 더 애가 탔을 텐데 드디어 홀가분해졌다. 함께 흐뭇할 이가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나상호는 손흥민(토트넘), 황희찬(라이프치히), 황의조(보르도) 등 유럽파를 제한다면 벤투 감독이 가장 많은 신뢰를 보내는 자원이다. 일각에서는 '벤투의 황태자'라는 표현도 들린다. 아무래도 지도자마다 선호하는 선수가 있게 마련인데, 벤투는 좁은 공간에서의 테크닉이 뛰어난 나상호에게 후한 점수를 줘왔다.

오는 9월 초 올림픽 대표팀과의 두 차례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벤투 감독은 조만간 소집 명단을 발표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해외파 없이 국내파만으로 팀을 꾸려야하는 상황 상 나상호에 대한 비중이 더 커질 상황인데 침묵이 길어졌으니 서로 좋을 것 없었다. 인천전 활약상을 보면서 벤투도 고개를 끄덕였을 성 싶다.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았던 나상호의 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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