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회가 추진해 온 '원격회의 및 원격표결'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두 번째 셧다운(폐쇄) 조치를 마친 지 나흘 만인 3일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다. 이미 완성된 내부안은 여야 지도부와 협의 단계를 앞두고 있지만, '원격 날치기'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넘어야 할 산이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1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에서 의장실이 중심이 돼 마련한 국회법 일부개정 제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비대면 원격회의 및 원격표결 도입이 골자로, 국회가 추진 중인 코로나19 장기화 대비책들 중 하나다. 의장실의 제안은 당일 원활한 논의를 위해 각 지도부에 사전 전달됐다.
이후 회동은 당일 야당의 거센 반발과 함께 무산됐다. 국민의힘 측은 교섭단체 간 협의로 진행해야 할 중대 사안임에도 제안이 사실상 완성된 개정안 형태였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장실) 비대면 무슨 회의를 하겠다는 안을 만들어 던져놓고…"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가 또 다시 코로나19 사정권에 들면서 관련 논의에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장기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확진자 발생→전면 폐쇄 및 방역→기능 복귀→추가 확진자 발생으로 반복되는 '사후 조치' 만으로 통상적인 국회 운영을 확신할 수 없어서다. 이번 확진자는 국민의힘 당직자로 국회 상주 인력 가운데 발생한 두 번째 확진자다. 첫 확진자는 불과 8일 전인 지난달 26일 발생했다.
세 번째, 네 번째 확진자가 나올 수도 있는 만큼 국회 대응도 달라졌다. 건물을 전면 폐쇄했던 1차(2월)·2차(8월)와 달리 폐쇄 범위를 본관·소통관의 일부 층으로 국한했다. 국회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야당을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며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 등으로 인해 협상의 여지가 많이 열려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다만 원격회의 및 원격표결 도입을 놓고선 찬반이 확연히 엇갈린다. 찬성 측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입법부 셧다운' 방지를 이야기 한다. 코로나19 뿐 아니라 그외 감염병으로 본회의 개의 정족수(60명)가 부족하거나, 의장단 전원이 감염병에 노출됐을 때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반대 측은 '다수결의 횡포 심화'를 우려한다. 7월 임시국회의 '부동산 입법'에서 보였던 거대여당의 속도전이 더욱 빨라질 수 있고, '윤희숙 효과'로 대표됐던 반대토론과 자유발언 등 견제수단이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원격회의 및 원격표결이 가능한 조건과 처리 법안을 비쟁점에 국한하는 등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700년 역사의 영국 의회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표결을 도입했다. 우리는 늦은 편"이라고 역설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필요성은 인정하나, 날치기 등 과거 사례에 비춰봤을 때 매우 신중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원격표결을 도입한 해외 국가에서도 논란은 진행형이다. 지난 4월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과 물리적 출석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의회(hybrid parliament)와 함께 원격표결을 도입한 영국 하원에서는 약 2개월 만인 지난 6월 '입법 논의의 중요성' 등을 이유로 여름휴회 이후 원격표결을 중단하는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일부 의원들은 여전히 원격표결 필요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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