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배우 이희준(41)이 어머니와 딸을 동시에 보살피는 열정적인 보험 조사원 두원으로 출연한 영화 '오! 문희'는 치매 걸린 엄마와 아들, 두 사람의 콤비 플레이가 돋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이희준은 지난 2일 개봉한 이 영화에서 두원 역으로, 배우 나문희와 투톱 주연을 맡아 인간적인 매력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경상도 사투리가 더 자연스러워 보였던 그지만, 이번 영화에서 이희준은 연고가 없는 충청도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선보였다.
"지역에 가보면 지역색, 태도, 조금 일반적인 지역 사람들의 태도를 느낄 수 있어요. 장소 헌팅차 갔던 논산에 어떤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 집은 (영화에 나오기로) 결정이 안됐지만 수박 들고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죠. 그 아저씨도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사시더라고요. 아저씨와 밥도 먹고 등산하고 하루를 함께 했어요. 이렇게 충청도도 가고, 충청도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최양락 선배님이었는데 최양락 선배님의 영상도 많이 봤죠."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 관련 이희준과 뉴스1의 인터뷰는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영화의 개봉 직전 재확산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인터뷰가 어려워서였다. 이희준은 개봉 첫날 한국영화 중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한 것에 대해 "많이 보러 와달라고 말씀드리기도 어려운 시기인데, 이 시기에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애초 이 영화는 지난해 추석 개봉 예정이었지만, 그 사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개봉이 밀려 올 9월이 돼서야 개봉하게 됐다. 코로나19는 이희준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렇지만 이희준은 긍정적으로 이 일들을 해석하며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저도 일을 못한지 한참 됐어요. '보고타'(영화 '보고타' 제작진은 로케이션 촬영을 위해 지난 1월 출국해 콜롬비아에서 촬영을 진행했지만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촬영을 멈추고 귀국했다)에서 돌아온 이후로 수입이 없어요. 그런데 어쩌면 아이가 말 못하고 기어다니고 할 때가 가장 많이 챙겨줘야 하는 시간인데, 온전히 함께 하게 돼서 이게 육아휴직 선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내가 너무 바빴으면 이 순간을 못 봤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모델 이혜정과 결혼한 이희준은 지난해 12월 득남에 성공했다. 그는 아빠가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상상해 본 적이 없는 다른 세계가 열렸다"라며 "부담스럽고 힘들기도 하다가 어느 순간 '진짜 내 아이인가?' 하다가 여러 생각들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빨리 아이가 커서 같이 등산도 하고 대화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좋겠어요. 제가 등산, 자전거를 너무 좋아하는데 아들과 함께 하고 싶다.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어요."
'오! 문희'는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엄니 오문희(나문희 분)와 물불 안 가리는 '무대뽀' 아들 두원(이희준 분)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좌중우돌 농촌 수사극이다. 이희준은 극중 보험조사원 두원 역을 맡아 어머니와 딸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두원은 자신의 일에 열심히 몰두하는 열정적인 남자이면서도 딸과 어머니를 무척 사랑하는 남자다. 비록 치매가 걸린 어머니 때문에 아내와 헤어져야 했고, 그로 인한 원망을 갖고 있지만 끝까지 어머니를 버리지 않고 지키고 보살핀다.
"실제로 촬영할 때 두원의 집에서 낮잠을 자려고 누워 있는데 내가 만약 이 아들이라면, 내가 황두원이면 도망갔겠다 싶었어요. 딸이고 뭐고. 되게 못되고 이기적인 생각 일 수 있는데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이렇게 사는 게 구질구질 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뛰쳐 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이 인물이 멋있구나'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그가 연기한 황두원은 평범한 얼굴을 한 영웅이다. 이희준은 "여섯 살 딸과 어머니와 버티고 있는 걸 보니까 대단하고 영웅이더라"라며 "나도 아이를 낳아보니까 보통 일이 아니고, 그래서 모든 사람이 영웅이라는 걸 알았다"고 했다.
극중 이희준은 대선배 나문희와 진짜 어머니와 아들 같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그는 나문희가 현장에서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 해주는 좋은 선배라고 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캐릭터로 보여지는 모습과는 다르게 무척 소녀 같은 스타일이라고.
"선생님이 소녀세요. 되게 '여성 여성' 하고 그래요, 일상에서. 극중 방귀를 뀌는 장면이 있는데 방귀를 '풍' 뀌는 걸 어려워하시고 민망해 하시더라고요.(웃음) 이펙트로 '풍' 했는데 본인이 뀌신 것도 아닌데 너무 부끄럽고 못 견뎌 하시는 걸 보고 '정말 소녀시다' 생각했어요."
이희준은 '오! 문희'보다 앞서 지난 1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 출연해 곽상천 역할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바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등 기라성 같은 남자 연기파 배우들과 함께 했던 작품. '오! 문희'와 비교하면 더 편한 촬영장이었다.
"사실 '남산의 부장들'은 전혀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선배님과 연기하는 순간 순간이 신났어요. 제가 어떻게 해도 받아줄 사람들이고 상대의 연기를 제가 너무 믿고 있고 존경하고 있으니까요. 그 촬영 순간들은 긴장된 놀이터 같았죠. 스트레스는 전혀 없고 오히려 '오! 문희'는 나문희 선생님이 계시지만, 혼자 해내야 하는 것들이 있어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 면에서 계속 주연을 해오신 선배님들을 보면 대단하고 존경스러워요."
그런 면에서 '오! 문희'를 찍으며 이희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최원영이다.
"나문희 선생님이 체력 안배를 위해 가시면, 제가 남은 걸 찍고는 했어요. 선생님은 보통 밤에 사우나에 가셨다가 주무시거든요.(웃음) 저는 현장에서 3개월을 살았는데 거의 그곳에서는 머드 축제 말고는 할 게 없어요. 원영이 형이 오는 날은 신나요. 맛집을 찾아놓고 술을 마시면서 연기 얘기, 영화 얘기 많이 했어요. 원영이 형 오는 날만 기다렸었죠."
아내와 함께 아들의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이희준은 매일 아침 108배를 한다고 해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과거 공황장애를 앓기 시작했을 때 법륜 스님의 강의를 듣게 됐고, 법륜 스님의 한 마디로 인해 공황장애 극복에 성공한 후 정토회 활동을 하게했다. 이후 시작한 108배를 지금까지 하고 있다. 이희준은 "나 자신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 한다"며 108배의 이유를 밝혔다.
"이건 시크릿인데?(웃음) 간단하게는 항상 어제를 먼저 생각해요. 그 전날에 가장 부끄러운 내 모습, 싫어하는 내 행동,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나의 모습, 화났던 순간들, 그 순간 속에 있는 나를 보고 절을 해요. 종교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수행적으로 내가 싫어하는 나, 못난 나에 대해서 합니다. 108배가 다 돼가면 내가 못나고 혼내야 하는 애가 아니라 그것도 나라는 단계에 이르게 돼요."
한편 '오! 문희'는 현재 전국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존중받는 개인, 부강한 대한민국’ 시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