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원준 기자 = 북한이 총격 사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어업지도원 A씨(47)는 아내와 자녀 2명을 둔 40대 가장이었다.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원인 A씨는 지난 16일 열흘간의 일정으로 10여명과 함께 무궁화 10호에 올라 목포항을 떠났다. A씨는 사건 당일에도 소연평도 인근 해상 어업지도선에서 1등항해사로 어업지도 업부를 수행 중이었다.
그러던 그가 지난 21일 어업지도선에서 업무 도중 돌연 실종됐다. 같은 날 오전 11시30분경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에서 동료 선원이 A씨의 실종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선박 후미에선 A씨의 슬리퍼만 발견됐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월북의사를 갖고 배에서 뛰어내렸고, 선원들은 그가 보이지 않자 이날 오후 1시께 실종신고를 했다.
군 관계자는 "정보분석 결과 실종자가 Δ구명조끼 착용한 점 Δ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Δ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Δ월북의사를 표현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자진월북을 시도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군 당국의 판단대로 월북이 맞다면 그가 왜 월북하려했는 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A씨는 구명조끼와 부유물에 의지한채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해상 표류 하루만에 실종지점부터 직선거리로 38km 떨어진 북측해역까지 이동했고, 마주친 북한 선박에 월북의사를 표시했지만 북한군은 그에게 무참히 총격을 가한 것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A씨는 실종 다음날인 22일 오후 3시30분께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이곳은 NLL 이북 북한 측 해역이다. 동료 선원이 A씨의 실종 사실을 처음 인지한 지 28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당시 A씨는 NLL로부터 북쪽으로 3~4㎞ 떨어진 해상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됐다. 군 관계자는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이 구명조끼를 입은 상태로 한명 정도 탈 수 있는 부유물에 탑승한 기진맥진한 상태의 실종자를 발견한 정황을 입수했다"고 설명했다.
북한 선박은 A씨를 발견한 뒤 일정 거리를 두고 떨어진 채 살피다가,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40분경부터 접근해 구체적인 표류 경위를 확인한 것으로 군은 파악하고 있다. 북측 인원은 방독면까지 착용한 상태였다고 한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북한 측에 월북 의사를 전달했지만, 북한 선박은 계속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A씨와 북한 선박의 대치 상황은 늦은 밤에서야 반전됐다. 현장에 있던 북한 단속정이 22일 오후 9시40분께 그를 소총사살했다. A씨는 이때 총격으로 숨진 것으로 보인다.
이후 방독면과 방호복을 갖춘 북한군이 실종자에 접근해 기름을 붇고 불태운 정황도 발견했다고 군 관계자는 전했다.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시점은 22일 오후 10시11분께다.
북한군은 월북의사를 밝힌 A씨를 해상에 6시간 동안 방치했다가 총격을 가한 뒤, 시신을 불태워버린 것이다.
군 관계자는 "당시 북한 해군 지휘계통 지시가 있었다"며 "국경지대 코로나19 방역조치 차원에서 무단접근 인원에 사격을 가하는 반인륜적 행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북중 접경지역에서 미확인 인원을 사살한 사례는 있었지만, 휴전선이나 NLL에서 이러한 조치를 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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