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만행'으로 규정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최우선 기조로 놓고 있는 정부라는 점에서 그렇다.
국방부는 전날인 24일 브리핑에서 북한이 서해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우리 국민 A씨를 사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을 '만행'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그간 북한의 군사 도발 등에 대해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이라는 서술적 표현을 쓰거나 '유감' 등의 표현으로 대응해 왔다. '만행'이라는 단어는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에서 등장한 바 있다.
국방부는 만행이라는 단어를 쓴 배경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현 정부의 기조에서는 상당히 강도 높은 대응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후 국회 등에서 이어진 군의 설명을 통해 '만행'이라는 이례적 표현이 등장한 배경이 일부 확인됐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의 브리핑 이후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 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정보를 분석했다"라고 밝혔다. 군의 입장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북한의 행동이었고, 정보 분석 중 적용하는 시나리오에 이 같은 행동이 없었다는 뜻이다.
실제 남북 간 민간인의 월경 사례가 발생할 경우 통상적인 처리 방식은 경위 조사 후 송환이었다. 경위 조사가 길어지거나 귀순 의사와 무관한 송환이 이뤄지는 정도가 이 같은 사건과 관련한 '파장'의 주 내용이기도 했다.
이번처럼 상대방에 아무런 통보나 협의 없이 신변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것, 사후 처리도 무자비에 가까운 방식으로 대응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인 것은 사실이다.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뒤 공식 입장을 밝힌 정부도 이 같은 북한의 행보에 충격을 금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이 사살 후 시신을 훼손한 뒤 그대로 바다에 유기한 것이 확인되자 정부 내 분위기도 급속하게 얼어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만행'이라는 표현은 국방부 자체의 판단이라기보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우리 정부 전체의 기조를 보여 주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의 브리핑 이후 청와대, 통일부 역시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히는 강도 높은 비난 성명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전날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 결과를 보고 받고 "충격적인 사건으로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으론 여론 관리 차원의 의도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정부와 청와대는 A씨의 실종과 북한 영내 진입, 억류 및 사망 관련 첩보를 파악한 뒤에도 북한에게 대화를 촉구하는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 메시지나 통일부 장관의 대외 메시지의 톤을 전혀 조절하지 않았다.
그러다 A씨의 사망과 시신 훼손 가능성이 언론을 통해 전해진 뒤 급격하게 내부 여론이 좋아지지 않자 갑작스럽게 기조를 강경으로 선회했다.
'만행'이라는 이례적 표현이 등장한 것도 정부의 진의와 무관하게,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대한 비난을 진화하기 위한 수사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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